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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주 다양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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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난 뒤

[도비] 대화가 필요해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8. 12. 30.

안녕하세요, 도비입니다.

46화 셀레스트 응의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잘 들으셨나요?

방송에서도 말했지만 여러가지로 저에게 의미가 깊은 책이었습니다.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도 인상깊었고, 지금까지 대화가 부족하게 살아온 지난 날들이 떠올랐어요.

처음 읽었을 때 깊은 감명을 받고 썼던 일기가 있는데요. 짧은 글 형식으로 다듬어 보았습니다.

여전히 개인적인 내용이 가득한 일기같은 느낌을 숨길 수 없지만... 

저희 멤버들과 모든 걸 공유하는 감질회원님들이니 이해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럼 글 재밌게 읽어주시고 다음 방송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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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반쯤은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버겁고, 삼키기 힘들었다. 그들의 모든 이야기가 나오기 전, 겉으로만 보기에도 리디아네 가족은 낯익은 이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우리 가족이었다.

소통이 없는 가족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리디아의 가족이 변모해가는 모습은 우리 가족이 변해갔던 모습과 놀랍게 닮아있었다.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일은 아빠의 실직이었다. IMF의 시대에는 드문 일은 아니었다. 아빠와 엄마는 삶의 모든 희망을 나와 동생에게 걸었다. 나는 부모의 기대에 수긍하려 노력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도망치기 위해 투쟁했다. 반면 동생은 달랐다. 동생은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노력하다 몸도 마음도 아팠다.

십 년 전, 동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외고의 입학장을 따냈다. 나는 동생의 외고 입학을 반대했다. 동생이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력 약한 동생이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엄마는 말했다. 동생이 원하는 일이라고. 입학 이후 동생은 고등학교 시절 내내 힘들어했고, 나는 자퇴를 권했다. 엄마는 또 말했다. 동생이 원한 거라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동생이 바란 건 외고 졸업장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의 웃는 얼굴이었다. 리디아가 사랑한 것이 물리학이 아니라 메릴린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빠와 엄마를 많이 원망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 때가 아주 없다고는 못하겠다. 앞으로도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 때때로 그들을 여전히 원망하고 같은 자리로 돌아가 괴로워하는 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그런 것들을 모두 털어버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들을 미워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사랑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메릴린과 제임스의 살아온 이야기에 책의 반 이상을 할애한 것을 보면 작가도 그런 것 같았다. 어른으로서의 책임보다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자고 말하는 듯했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많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 본인이 그들의 부모를 이해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나도 언젠가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으니까. '우리 아빠는 가난한 여관집 장남이었다.'

리디아의 죽음으로 이루어진 결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나는 리디아의 죽음 그 자체보다는 리디아의 각성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리디아가 강으로 한 발을 내딛은 순간이 새로운 인생으로의 한 걸음이었다고 믿고 싶다. 리디아는 죽었지만 새로운 삶에 한 발자국을 내딛고, 그 이후 사고로 죽은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리디아의 남은 가족들에게도 이 사건이 그러한 의미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서로를 좀 더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도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책은 다 끝났지만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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