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브에요^^
이번에는 러시아가 사랑하는 국민작가 푸시킨의 소설 <대위의 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제목과 대략적인 줄거리만 보면 로맨스 소설인 것만 같았는데요
당시 시대배경을 알고 소설을 다 읽고나면 푸시킨이 당시 정치상황을 비판하고 푸가초프를 재조명하는 내용을 숨겨두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위의 딸>이라는 제목과 사랑 이야기는 당시 차르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고도의 위장 전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을 읽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검열이 이루어졌고 검열이 소설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 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인터넷 서칭을 하다보니 조선시대 소설의 생산과 유통이 검열 때문에 영향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조선시대 소설의 생산과 유통>(정병설 저)에 따르면 조선 사회에는 이데올로기적 통제가 심했다고 합니다. 문장 한두 개를 문제 삼아 책을 유통시킨 자는 물론 소지하고 있던 사람마저 극형에 처했습니다.
더욱이 사전검열식이 아닌 출간 후 문제가 제기되면 처벌하는 식의 서적 검압도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엔 검열기준이 없어 어떤 내용을 넣고 빼야할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정병설 교수는 “처벌기준도 일관되지 않고 자의적이어서 책의 출간과 유통에 대해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정치적 억압이 조선시대 소설의 유통을 낙후시켰다는 게 책을 쓰면서 내린 결론”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조선시대는 사적 출판자체가 불법이었습니다. 유교 경전이나 수험서처럼 이데올로기 검증이 완료된 책만이 필사를 통해 부분적으로 유통됐습니다.
그러나 18세기 말 이후 경직된 유통구조는 중앙정부의 통제가 약화되면서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주와 서울에서 인쇄된 상업 소설인 방각본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방각본은 장돌뱅이를 통해 저자에서 판매되거나 세책점에서 돈을 받고 빌려주는 식으로 활발히 유통됐습니다.
<한글 필사본 소설의 유통 및 향유 양상을 통해 본 선인들의 삶> (양승민)을 보면 필사본 소설을 당시 독자들을 어떻게 돌려보았는지 상세하게 나와있습니다.
책을 전문적으로 대여해주는 '세책점'에서 빌려주기 위해 특별제작한 필사본 소설인 '세책본'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세책은 빌려가는 책의 수량에 따라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일반 민간본을 다시 필사하여 상업용을 만들면서 글씨 크기도 크게하고 한 장에 들어가는 글씨의 숫자도 줄여서 작품당 책 수를 최대한 늘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책장을 넘길 때 손가락을 대는 종이 하단 모퉁이 부분에 빈칸을 두어서 책이 여러 번 대출되어 읽히는 과정에서 그 부분의 글자가 지워지는 것을 방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필사본 소설책 끝 부분에는 필사기 내지 낙서들이 남아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가볍게 낙서로 남기기도 하고 책을 보는 순서를 상세히 알려주는 친절한 독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책점에서는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되 반드시 물건을 전당 잡았습니다. 반지, 대접, 주발, 요강, 귀이개, 귀고리, 벼루, 우산, 비녀 등 무엇이든지 가능했고 독자가 빌린 책을 훼손하거나 더럽히면 전당 잡힌 물건을 압수당할 수 있었습니다.
세책점 주인들이 책 관리를 하더라도 계속 빌려주다 보면 책이 너덜너덜 해지고 상태가 안 좋아집니다. 그러면 본전 생각에 화가 치민 독자들은 낙서로 주인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그려놓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요즘의 댓글이 책에 직접 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내용은 종종 반봉건적 내용과 주제를 담고 있어서 경계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방방곡곡 골목골목에서 베끼고 돌려 읽으며 퍼져 결국에 사방에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또 재미있는 점은 전기수, 강담사, 강독사라고 불리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문맹인들에게 소설을 읽어주는 사람이었는데 단순히 책을 보고 낭독만 한 것이 아니라 통째로 암송해서 구연한 종합 예술인에 가까웠습니다.
전기수의 생동감 있는 공연에 흥분된 사람들은 다투어 엽전을 던졌고 이야기를 듣던 중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전기수를 살인하는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푸시킨 덕분에 몰랐던 조선시대 소설 검열과 필사본 소설까지 알아본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내용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261
<한글 필사본 소설의 유통 및 향유 양상을 통해 본 선인들의 삶> (양승민, 선문대학교 중한번역문헌연구소 연구교수)
우리역사넷 http://contents.history.go.kr/front/km/pdf.do?levelId=km_003&page=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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