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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난 뒤

[희조] <우상의 황혼> 뒷풀이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8. 9. 9.

안녕하세요, 희조입니다. 35화 '우상의 황혼' 방송 잘 들으셨나요?
방송에서 니체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 중에서 애매하거나 궁금했던 점을 몇 개의 논문을 통해 살펴볼게요!

1. 니체는 다윈을 오해했다?


Friedrich Nietzsche . . . . . . . . Charles Darwin

反다윈 
그 유명한 생존을 위한 투쟁에 대해 말해보자면 우선 그것은 입증되었다기보다는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생존을 위한 투쟁은 발생하기는 하지만 예외적인 것이다. 삶의 총체적인 면은 곤경이나 기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풍부와 풍요 심지어는 불합리한 낭비이기도 하며 투쟁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힘을 위한 투쟁이 일어난다. 맬서스와 자연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런 투쟁이 있다고 가정해보면 사실 이런 투쟁은 발생하는데 그 결과는 유감스럽게도 다윈 학파가 바라거나 이들과 더불어 사람들이 바랄 수 있을 만한 결과와는 완전히 정반대일 것이다. 즉 강자나 특권자들이나 운 좋은 예외자들에게 불리할 것이다. 종은 완전성 안에서는 성장하지 않는다. 약자가 계속해서 강자를 지배한다. 약자가 다수이고 더 똑똑하기도 하기에 다윈은 정신을 잊어버렸었다. 이것이 영국적이다. 약자가 더 정신적인데 말이다. - <어느 반시대적 인간의 편력> 中 from 프리드리히 니체, 『우상의 황혼』 백승영 역 책세상 니체 전집 15

이 글만 보면 니체가 다윈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다윈의 사상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했었죠. 이에 대해서 홍사현 연구자는 
니체는 왜 다윈을 비판했는가?-니체와 다윈의 진화론적 사유 비교를 위한 예비연구(한국니체학회, 2013)
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길, 니체와 다윈은 실은 공통점이 더 많습니다. 둘 모두의 사상은 "어떠한 의미의 환원주의, 달리 말하면 어떤 종류의 이분법적 사유도 모두 거부되며, 유일한 실체적 근원이 시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다수성과 차이가 시작에 있"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다윈 진화론의 배경이 되는 철학적 태도로 그가 니체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1) 본질주의의 거부: 종과 개체군은 동일하고 영원한 유형이 아니라 제각기 다양하고 변화하는 개체들의 무리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자연세계나 생물체의 세계가 불변한다는 유형론적 사고를 거부한다. 대신 세계의 다양한 현상들에서 변이, 다수성, 차이, 이질성, 복합성 등을 그 존재와 변화의 기본 조건으로 전제한다. 


2) 기독교적 목적론적 질서 거부: 모든 생명체가 신의 손에 의해 각각 독립적으로 창조된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고, 어떤 형이상학적인 내재적 힘에 의해 세계가 진보나 완전성을 향해 진보한다는 믿음도 부정
상이한 유전적 생식력을 지닌 생명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복잡한 환경과 상호작용함에 따라 살아남거나 도태되는 자연선택이라는 ‘끊임없이 활동하는 자연적인 힘’에 의해 발생되어 왔다고 설명한다 (목적이나 의도없는 결과!).


3) 우연의 역할이 새로이 강조되는 反결정론개체군 혹은 힘복합체 내의 서로 같지 않은 유전자형 내지 힘들은 그때그때 주어지는 관계적[환경적] 조건에 결코 법칙적으로 동일하게 작용하거나 반응하지 않는다. 반목적론적 성격 뿐 아니라 비인과적 성격을 전제하는 진화적 변화는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예측불가능하게 일어나는 과정이다.


그럼 이제 니체가 다윈을 비판한 내용을 점검해봅시다. 

1) 니체는 1880년대의 유고 여러 곳에서 종들이 ‘완전성을 향해 계속적인 성장을 한다고 상상하는 다윈학파의 목적론적 발전 개념에 대해 ‘종들의 변화가 더 높은 단계로의 진보를 나타낸다고 말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한다. "모든 동물계와 식물계 전체는 더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아니다...보다는 모든 것이 동시에, 그리고 서로 겹쳐지고 뒤섞이고 충돌하면서 발전해나간다."


YES or NO?
다윈은 목적론적 발전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 
『종의 기원』을 출판할 당시 이후부터는 생명의 세계가 더 완전한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목적론적 발전 및 진보progress 개념을 완전히 포기하고 적응에 의한 자연선택의 개념을 주장했다. 

2) 다윈이 적응을 목적론적으로 설명했으며 환경이 변화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생리학자들은 자기보존 욕구를 유기체적 존재의 가장 본질적인 충동으로 간주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살아있는 어떤 것은 자신의 힘을 방출하고자 하고자 한다. “보존”이라는 개념은 단지 그 결과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
진화주체로서의 유기체적 개체가 가진 내부로부터 형식을 창조하는 엄청난 힘이 오히려 “‘외적 환경’을 이용하고 활용하는[착취하는] 것" 


YES or NO? 
다윈은 적응이 개체의 목적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이는 다윈주의와 흔히 혼동되는 변형주의 진화이론을 니체가 비판한 것이다. 

YES or NO? 
다윈은 환경이 변화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다윈에게서도 외적 환경은 결정적이지 않으며, 그런 것처럼 보일 때에도 주체(개체군, 복합적인 주체)의 적응은 자연선택이 일어난 결과이자 산물이다. 즉 사후적 현상이지, 목적론적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다.  

3) 진화론에서 사용하는 ‘유리함’ (‘유리한 형질’)이라는 개념에 대한 비판
‘눈이 보는데 쓰인다고 해서 눈이 보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났다거나, 손이 무언가를 붙잡을 수 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습관적인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 
"유용성은 목적이 아니라 부수현상이다."


YES or NO? 
이는 다윈이 아니라 H. 스펜서의 "적자 생존" 개념을 비판한 것. 다윈이 자연선택을 ‘적자 생존’ 으로 설명할 때(『종의 기원』 4장), ‘적합’(the fittest)하다는 개념은 생존확률을 증가시키는 “유리한” 형질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즉 다양한 변이로 이루어진 개체군이 상이한 환경 속에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리한 형질은 살아남아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불리한 형질은 사라지는 것이 자연선택(자연도태)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때의 유용함(적합함)은 이미 자연 선택이 일어난 결과이며 이미 적응된 결과이다. 

TO CONCLUDE, 니체는 다윈을 오해했다는 것이 홍사현 연구자의 주장입니다. 

니체는 분명 다윈과 당시의 다양한 종류의 진화론의 내용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았고, 이는 당시 일반적인 경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다음 단락에서 언급하게 될 진화론 논쟁과 관련이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고 있듯이 니체가 다윈의 주요한 저작들을 직접 읽지 않았음이 틀림없고, 이것이 -만약 직접 읽었더라면 피할 수도 있었을- 다윈에 대한 비판 내지 오해에 상당한 기여를 했음에 틀림없다.


2. 독일의 알코올리즘에 대한 비

고도의 정신적인 목표에 자신의 삶을 헌신하는 젊은이들이 정신의 일차적 본능 즉 정신의 자기 보존본능에 대한 느낌을 상실하고 맥주를 마시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배웠다는 젊은이들의 알코올 중독은 어쩌면 그들의 학식이라는 목표 내에서는 의문부호가 아닐 수는 있다.  ―정신을 갖지 않고서도 심지어 대학자가 될 수는 있으니까 ― 그러나 다른 모든 면에서 그것은 문제가 된다. 맥주가 정신 안에서 불러일으키는 그 은근한 퇴락을 발견하지 못할 곳이 어디냐 말이다. - <독일인에게 모자란 것> 中 from 프리드리히 니체, 『우상의 황혼』 백승영 역 책세상 니체 전집 15


맥주로 유명한 독일! 과연 니체는 독일 젊은이들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니체 『우상의 황혼』 -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백승영, 2006)에서 연구자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니체는 신체적인 완전성과 가치를 지속성을 갖는 문화의 징표로 보았다. 이것은 그가 고대 그리스 문화를 탄생시키는 조건 중의 하나로 그리스인의 건강하고도 완전한 신체를 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간을 늘 신체로서의 인간 전체로 이해하는 그에게는 건강한 몸은 곧 건강한 정신을 더 나아가 신체로서의 인간 전체의 건강성을 의미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알코올 음료에 대한 향락을 경계한다. 그리고 현대적 데카당을 야기한 나쁜 원인으로도 알코올리즘을 들기도 한다. 니체는 이제 이 견해를 독일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하여 독일 정신의 퇴락과 독일 문화의 퇴락을 촉진한 대 마약 중의 하나로 알코올리즘을 드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와 바그너 음악이 독일정신의 퇴락에 미친 영향에 결코 뒤지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서 말이다.


건강한 신체를 중요시했던 니체...평생 질병에 시달렸던 니체로서는 당연한 얘기였을까요? 


3. 바그너에 대한 비판


File:Nietzsche e Wagner.jpg

알코올과 그리스도교라는 유럽의 두 가지 대단한 마약이 이렇게까지 부도덕하게 오용된 곳은 없었다. 여기에다가 최근에는 세 번째 마약이 첨가되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이미 정신의 섬세하고 대담한 모든 움직임에 최후의 일격을 가해 살해해 버릴 수 있는 음악이고 그것도 변비에 걸려있고 변비를 일으키는 우리의 독일 음악이다. - <독일인에게 모자란 것> 中 from 프리드리히 니체, 『우상의 황혼』 백승영 역 책세상 니체 전집 15


『우상의 황혼』이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을 빌려와 쓴 것이듯, 니체는 후기 연구에서 바그너와 완전히 돌아서 그의 사상과 음악을 쉴 새없이 공격합니다. 니체가 바그너를 비판한 이유에 대해 백승영 연구자는 앞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습니다. 

독일 문화의 데카당스적 성격은 바그너 음악에서 전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니체는 단언한다 바그너 음악에 대한 니체의 공개적 비난은 바그너의 경우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행되며 여기서 바그너라는 인물은 전형적인 데카당스 예술가이고 음악을 병들게 한 자이며 음악이 데카당스 예술로 변질되어가는 운동을 가속시킨 주범이자 데카당스 미학의 설교자로 간주된다. 그 이유는 첫째 바그너 예술이 보여주는 효과우선주의 원칙과 상품 미학 때문이다. 바그너는 예술에 인간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술에 일종의 종교적 힘을 부여하고자 한다. 그 결과 예술에 영향력을 갖도록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오로지 효과와 영향력에 의해 예술의 정체성이 결정되게 된다. 바그너의 악극들은 이 원칙에 충실하게 쓰였다. 음악의 연극화, 충격효과를 일으키는 거대한 무대 장치, 신비주의와 신화적 요소, 등장인물들의 비자연적 성격, 자연적 리듬 감각을 퇴화시키는 무한 선율 등 바그너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수단은 인간에게 마약과 같이 기능한다. 효과 우선주의는 상품 미학을 완성시킨다. 최고의 효과를 위해서는 관객과 대중의 요구와 희망 사항이 반영되어야 한다. 바그너가 사용한 효과를 일으키는 도구들은 곧 바그너 예술을 당대 최고의 히트 상품 으로 만들어주는 것들이었다. 둘째 바그너의 악극은 그리스도교적 구원 개념을 전제하고 반계몽적 이상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것들은 삶의 자연성과 활력을 강화해 주는 예술일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약자와 삶에 지쳐 있는 자들을 위한 자극제 역할을 할 뿐이며 기교와 효과에 의해 그런 사람들을 찰나적으로 유혹하는 대중 예술에 불과하다. 


『우상의 황혼』에서는 바그너의 음악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아서 궁금했는데, 조금 해소가 되셨나요? 직접 바그너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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