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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난 뒤

[푸린] 이상한 푸린의 앨리스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7. 10. 22.

 오늘도 새로운 글을 가지고 온 푸린입니다~

여러분, 그냥 편하게 정신놓고 읽어주세요

하하하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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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가 탁자 위 오렌지 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주스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고 있어요. 호시탐탐 주스를 마시려 기회만 엿보던 앨리스는 잠시 언니가 화장실에 간 사이 컵을 냅다 들고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켰어요.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앨리스의 몸이 작아졌어요!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속없는 앨리스는 그 상황에 말도 못하게 신이 났어요. 왠지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랄까. 정말 만화 영화 속에서 보던 것이 현실로 일어난 거 같았어요. 어? 그때였어요. 앨리스의 눈에 회중시계를 들고 이리저리 바삐 뛰어가는 토끼 한 마리가 보였어요. 앨리스가 제 키만 한 토끼 앞에 서자 토끼의 눈이 휘둥그레 변해 말을 건넸어요.

“아니, 또 작아졌잖아? 네 몸집이 다시 커지기 위해서 나를 따라와야 해. 빨리! 아이고, 바쁘다, 바빠.”

앨리스는 호기심을 느끼고 토끼를 쫓아갔어요. 몸을 다시 크게 해준다니. 이 얼마나 로맨틱한 이야기인가요? 구불구불한 굴과 제 키보다 훨씬 큰 덤불 속을 지나 도착한 방은 마치 하나의 과도 같았어요.

“여기야. 인내와 고통의 방! 넌 여기서 공작부인의 아기와 스파르타 교육을 받아야 해. 그리고 여기서 더 높은 레벨을 받아야만 다음 단계로 진출이야! 이렇게 경쟁을 해야 더 큰 세상을 본단다. 자, 얼른 책상에 앉아. 아이고, 바쁘다, 바빠.”

앨리스는 아기와 함께 언어, 수리, 외국어부터 사회탐구 영역까지 모조리 배웠어요. 토끼가 바쁘게 진도를 나갈수록 앨리스의 다크서클 또한 짙어져갔죠.

“자, 시험 결과는... 앨리스의 우승! 넌 다음 단계로 진출이야! 아쉽지만 아기는 남아서 자습하도록 해!”

“뭐 여긴 신기한 동물이나 식물은 없어……? 내가 이야기 책에서 보던 것들 말야.”

앨리스는 지친 와중에도 너무나 궁금했어요. 만화 속에서 보던 말하는 앵무새, 과자 맛이 나는 풀잎들, 노래하는 하마... 이제껏 만화 속에서 본 것들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어째서 여긴 이런 아름다운 것들이 하나도 없는 거죠?! 기진맥진한 앨리스가 묻자 토끼는 시계를 보며 시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어요.

“그런 건 사치야. 얼른 오라니깐? 넌 할 일이 무진장 많아! 아이고, 바쁘다, 바빠!”

앨리스는 토끼의 말을 듣고 얼굴이 일그러졌어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거 같았죠.

“자, 이곳은 좌절과 경험의 방이야. 넌 이제 나를 따라다니며 토익, 대외활동, 공모전, 인턴을 하면서 경험해야 해. 그래야 더 큰 물에서 놀 수 있는 법이거든. 아이고, 바쁘다, 바빠!”

앨리스는 이제 호기심이고 뭐고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토끼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경험을 했어요. 토끼가 지원하라는 회사에 앨리스는 입사했고 그 전에는 수없이 많은 좌절을 맛 봤죠. 그러면서 앨리스도 익숙해져 갔어요. 토익을 채우기 위해 자기 전에도 영어를 들으며 귀를 트이게 하고 허울뿐인 스펙들을 쌓아가며 이것도 언젠가 끝나겠거니 하며 단념해갔죠.

“자, 잘 해냈어. 이제 다음 단계로 진출!”

앨리스는 멋진 왕자님이나 파티 같은 건 누릴 수 없냐는 말은 꾹 참았어요. 이미 이 세계에는 이런 것들이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앨리스는 얼른 회사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어요. 더 일그러진 앨리스의 얼굴은 점점 원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험악해졌죠.

토끼를 따라 온 방은 사방이 꽉꽉 막힌 집이었어요. 그리고 큰 의자에 하얀 여왕이 앉아있었어요.

“자, 이곳은 시간의 방이야. 여기 좋은 신랑감을 데려왔어. 신랑은 바빠서 시어머니가 오셨네? 아이고, 바쁘다, 바빠.”

잠시 눈을 위 아래로 올렸다 내리며 앨리스를 관찰하던 하얀 여왕은 입을 열었어요.

“새아가? 보아하니 몸은 빼빼 마르고 할 줄 아는 거는 있을 지 의문이구나. 일단 회사는 얼른 그만두고 손주를 낳아야지.”

하얀 여왕의 말에 아연실색한 앨리스는 얼른 토끼의 옷자락을 잡고 물었어요.

“잠깐! 난 언제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

토끼는 시계를 한 번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어요.

“본디 결혼을 했으면 애 한 명은 낳고 집은 사야하지 않겠어?”

앨리스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말을 잇지 못하는 앨리스에게 토끼가 한 마디 덧붙였어요. 아주, 아주 얄밉게요.

“아, 이 집은 대출 끼고 산거니까 개처럼 벌어서 갚아야 돼. 알겠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점점 얼굴이 일그러진 앨리스의 얼굴은 마치 괴물과도 같았어요.

“으아아아악!”

알 수 없는 얼굴로 포효하던 앨리스의 얼굴이 점점 괴물로 변해가던 찰나,

“헉!”

앨리스는 벌떡 몸을 일으켰어요. 참 이상한 꿈이죠? 눈을 뜨니 언니들과 놀던 잔디밭에 누워있는 제 모습이 보였어요. 몸도 그대로네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잠에 취하려는 찰나,

“앨리스! 수학 학원 가야지. 차 와 있다.”

앨리스는 잠도 덜 깬 상태로 쫄래쫄래 엄마의 말대로 가방을 맸습니다. 그리고 노란 차 속에 몸을 쏙 넣었습니다. 아이고,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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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리느라 바쁘다, 바빠!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여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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