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조입니다.
감질클럽 8화 ‘소크라테스의 변명 - 플라톤’ 잘 들으셨나요?
방송에서 느꼈던 것을 토대로 고전 읽는 법에 대해 써볼게요~
‘고전’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시대를 막론하고 읽을 가치가 있는 것, 그래서 죽기 전에 한번쯤 읽어야 할 것 같은 것, 하지만 읽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것… 등이 아닐까요? 저도 그랬습니다. 철학 고전이라면 특히 더 ‘어렵다’는 이미지가 앞섭니다.
<변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책의 내용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배심원들을 앞에 두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사람들을 설득하는 독백이 전부입니다. 시대적 배경을 몰라도 무방하며 어휘도 어렵지 않고 심지어 분량도 짧아 단편 소설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읽으면서 ‘너무 단순한데?’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방송을 하고 <변명>에 얽힌 여러가지 뒷배경을 알게 되고 감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보기엔 소크라테스는 논리적으로 변론을 잘했는데, 왜 배심원들의 표를 받지 못했을까요? 텍스트 상으로 소크라테스는 전혀 불리하게 묘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재판 내내 당당합니다. 독백 혹은 대화 형식이므로 여론이나 재판 당시 분위기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알고보니, 소크라테스가 실제로 고발당하고 사형까지 당한 배경에는 당시 민주파와 과두파의 대립이라는 정쟁에서 소크라테스가 소수파(과두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미 아테네 시민들에게 밉보였던 존재였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텍스트 그 자체는 분명 단순합니다. 그리고 제가 읽었던 판본(홍신문화사, 원창화 역)은 텍스트 그 자체만 덩그러니 있었을 뿐, 그에 대한 부가적인 해설이나 각주를 달아놓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이 판본만 보았더라면, <변명>이란 책은 제게 큰 의미를 남기지 못 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책을 편집한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고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무리하게 해설이나 각주를 넣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또, 다양한 판본이 있다는 것은 독자가 자신의 독서 목적에 따라 책을 취사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방법에도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읽어도 되는 소설이나 에세이가 있다면, 시간을 들여 어휘 하나하나의 의미를 탐구해야 할 책도 있습니다. 그중에 고전은, 특히 철학 고전은 Text와 함께 Context가 무척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은 어땠는지, 작가가 어떤 계급의 사람이었는지,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쓴 책인지를 알고 읽었을 때 훨씬 다층적으로 책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고전을 우상화하고 그 내용을 곧이곧대로 현대에 적용하려고 하는 태도도 텍스트 그 자체에 대한 집착 및 그로 인한 오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바른 현대적 재해석도 고전의 Context를 검토했을 때에만 유효한 것이겠죠.
그래서 되도록이면 고전은 혼자 읽기보단 다른 사람들과 같이,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과 함께,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많겠지만, 강좌나 해설 같은 것을 다양하게 참고하면 어떨까 합니다.
감질클럽도 여러분에게 그런 참고문헌 중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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