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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난 뒤

[희조] 신촌 오피셜 헤이터의 ☠신촌이 싫어서☠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7. 11. 12.

안녕하세요, 희조입니다.

12화 방송 '한국이 싫어서' 잘 들으셨나요?

오늘은 제가 최근 지인들과 만들었던 독립잡지를 소개(라 쓰고 영업)할까 합니다.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컨셉을 제가 오래 생활한 지역에 대입하여 만든 잡지인데요, 아래 소개를 보시고 궁금하시다면 구매 GOGOGO~


표지 및 뒷면 

 

서문

태초에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이 있었다. 직장을 다니다 한국이 너무 싫어 호주로 이민을 간 여성이 겪게 되는 이야기다. ‘어디 서’ 살 것인가를 고민하던 주인공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 하게 된다.

『신촌이 싫어서』는 신촌이라는 공간에서 어쩌다 많은 시간을 보내 게 된 우리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신촌이 싫다. 낭만이 사라진 대학 가라서, 남은 게 술집뿐인 곳이라서, 자본에 점령당한 공간이라서, 월세가 너무 비싸서, 이제는 한물간 곳이라서, 우리는 신촌이 싫다. 그러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정을 붙여버렸다.

내가 아무리 한국이 싫어도 떡볶이를 좋아하고 한국 사람이 편하듯이, 우리는 신촌에서 오래 지낸 대가로 이곳에 향토애를 가져버렸다. 신촌을 지나 는 버스 번호를 다 외우고, 지하철 막차를 잡으려면 몇 시에 술자리 에서 일어나야 하는지 알고, 한 두시간 시간이 빌 때 어디에서 시간 을 때워야 할 지 안다. 신촌에 놀러온 사람을 보면 괜한 곳 들어가서 돈 낭비할 게 뻔히 보여 안타깝고,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이번에는 좀 오래갔으면 좋겠다 속으로 바라고, 얼마 안 가 간판이 바뀌면 그럼 그렇지 싶다.

우리는 그렇게 신촌이라는 공간을 유전자에 외워버 렸다. 이런 본능적이고 사심이 없는,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감정. 신촌 official hater들의 그런 감정을 담은 복잡한 이야기.


목차

『신촌이 싫어서』는 신촌이 싫은 이유 일곱 가지와 조금 봐주는 이유 한 가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신촌이 싫은 이유 1 - 촌스럽게 입은 사람이 없어서
신촌이 싫은 이유 2 - 치킨집이 너무 많아서
신촌이 싫은 이유 3 - 힙하지 못해서
조금 봐준다 - 고양이들이 귀여워서
신촌이 싫은 이유 4 - 골목이 많아서..?
신촌이 싫은 이유 5 - 어차피 떠날 동네라서
신촌이 싫은 이유 6 - 구여친 생각나서
신촌이 싫은 이유 7 - 보는 눈이 많아서

맛보기 

신촌이 싫은 이유 7 보는 눈이 많아서 中 

모텔에 온 엄마 written by 신촌대학생


대학 초년생 때 나는 연애의 흥선 대원군이었다. 친구가 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다는 말을 하면, 나는 무릇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된다며 도덕론을 설파하는 편이었다. 남자친구를 두고 새로운 남자가 좋아졌다는 여자아이에게 나는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면 동물과 다를 게 뭐냐’고 불호령을 쳤다. 친구들 사이에는 ‘저 새끼한테 연애 상담 해봤자 좋은 소리 들을게 없다’며 원성이 일었다. 그러다 내 삶에도 꽃이 피었다. 선배의 여자와 사랑하게 되었다. 내 삶에 찾아온 개화의 물결은 내 가치관을 처음부터 흔들어 놓았다. 막상 내게 그런 상황이 오자, 내 연애는 불륜보다 아름다웠기 때문에 로맨스였다.

죄책감을 품고 시작한 연애는 오래갈 수 없었다. 내 로맨스는 반년 만에 이별통보를 받고 시들었다. 전 남자친구가 자꾸 생각난다는 게 이유였다. 나는 친구들과 술을 먹으면서 ‘사랑을 믿지 못 하겠다’고 성토했었다. 친구들은 이런 나의 어깨에 천천히 손을 올려주며, ‘지랄 좀 하지 말라‘고 했다. 사랑이 어떤 형태여야만 한다는 당위적 믿음은 연애경험이 부족한 남성들의 신화적 상상일지도 모른다. 그날 밤은 내 말과 내 행동에 담겼던 모순을 깨닫는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변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쁜 쪽으로.

자신의 힘을 알게 된 스파이더맨처럼, 아니 그 반대편에 있는 악당처럼, 나는 사랑 없는 사랑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찌질함이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중에도 나는 그걸 알 수 없었다. 처음엔 소개팅 어플 부터 켰다. 클럽이나 헌팅술집도 갔다. 당연히 대부분 까였는데, 어떻게 잠자리를 가지게 된 적도 있었다. 별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번호를 교환했던 그 여자에게 내 생각이 난다고 카톡이 온 날, 나는 스스로 찔려서 차단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나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생각나 몰래 SNS를 들어가 보았다.

내 찌질함이 중한 증세를 보이자, 보다 못한 친구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어느 날 본인의 핸드폰이 꺼져있어서, 어떤 번호로 카톡 하나만 보내달라고 내게 부탁하였다. 대수롭지 않게 보내고 나니, 그게 너랑 소개팅 할 여자니까 잘해보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전날 술 먹고 길가에 뻗어서 지구대나 들어갔었던 놈이, 갑자기 좀 멋있어 보이는 마법이었다.

친구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는 여전히 삐뚤어져 있었다. 친구가 소개시켜준 여자지만 큰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다. 약속 당일에 만난 소개팅 상대방은 예뻤지만 이 사람도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만 들었다. 나는 그래서 ‘곱창이나 먹으러가자’고 했다. 곱창이면 적어도 술을 먹을 수는 있겠지. 술을 먹으면 지루하지는 않겠지. 혹시 호감이 생길지도 몰라. 내 예상들은 신기하게 하나씩 들어맞더니, 네 시간 후에 우리는 신촌의 한 모텔 앞에 서게 되었다.

내가 간과한 부분은 곱창 값이 좀 비싸다는 거였다. 소개팅에 무슨 곱창이냐며 주저하던 여자애가, 곱창을 삼 인분씩이나 시켜먹고, 술에다가 볶음밥까지 볶아먹더니 2차까지 가자고 할 줄은 몰랐다. 여기서 모텔 비까지 계산하게 되면, 나는 당분간 김밥이나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소개팅에 모텔을 데려 오더니 모텔비를 계산하라는 남자’와 ‘첫 만남에 13만원을 쓴 호구’. 마녀사냥에 사연으로 채택되면 곽정은 누나가 ‘둘 다 별로네요 헤어지세요’ 할 것 같아 오한이 일었다. 어차피 좋은 소리 못들을 것 같아서 나는 말했다 “야, 여기는 너가 계산해”

여자아이는 조금 망설였지만, 이 정도면 현대여성이 감내할 수 있는 기브 앤 테이크라는 듯이 싱긋 웃고는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엄청 비싸보이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신용카드를 지갑에서 꺼내들고 내 눈을 그윽히 바라보며 아저씨한테 계산해달라고 했다. 첫만남에 곱창을 삼 인분 먹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좀 심상치 않은 아이었다. 우리는 그길로 조금은 어색하게 같은 공간으로 들어가서, 조금 가깝게 누워 티비를 보다, 그 아이가 대뜸 머리를 만져달라고 했고, 그래서 우리는 더 가깝게, 아주 가깝게 되었다.

잠을 깨운건 시끄러운 모텔의 전화기 소리였다. 시간은 아직 새벽 두시인데 이상한 일이었다. ‘너가 좀 받아’ 벌써 부부가 된 양 아직은 꿈결에서 외쳤다. 여자아이는 손을 더듬어 수화기를 들고 나서 누운 채로 귀찮다는 듯이 모텔 카운터 직원과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그러더니 여자아이가 갑자기 소스라치게 벌떡 일어났다. “오빠. 일어나봐 우리 엄마가 지금 여기 왔대!”

모텔 방과 그날 처음만난 여자아이, 그리고 그 여자아이의 엄마. 이 세 가지는 어떻게 조합해도 함께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단어들이다. 그런데 지금 그게 하나로 모였다. 소주 두 병은 족히 먹은 내 피곤한 두뇌 속에, 살고자 하는 욕망과 함께 갑자기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시발 아까 그 비싸 보이는 신용카드’.

“쿵 쿵 쿵” 생각이 다 정리되기도 전에 문을 부술 듯 한 굉음이 들려왔다. “야 너 문 안 열어? 엄마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여자아이와 나는 그길로 일어나서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는 연신 ‘미안해 그런데 엄마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어’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혼비백산한 나는 일단 설명하고 안심시킬 여유가 없었다. 방안 시트를 정리하고, 콘돔을 숨기고, 어떻게든 우리는 여기 와서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여야만 했다. 당연히 그걸 믿을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게 최선이었다. 나는 최대한 주변을 정리하고 침대에 다소곳이 앉았다.

이윽고 여자아이가 문을 열고, 기다렸다는 듯이 어머니, 아니 아주머니가 신발도 벗지 않고 내게 달려들었다. “야! 너 누구니?”. 나? 나는 누군가. 나는 대학생, 이십대, 자애로운 어머니와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지금 술에 좀 취했고, 좀 전에 따님과 잤습니다. 따님을 사랑 합니다?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무엇하나 뾰족한 대답이 없어서 나는 그 분을 허망하게 바라만 보았다.

내 멍청한 얼굴을 보자 대화가 안통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 분은 이제 당신의 딸을 잡고 패기 시작했다. 한쪽에 밀쳐놓더니 가방으로 파운딩. “내가 너 때문에 못산다. 왜 이렇게 속을 썩이니”. 이십대에 흔히 있는 원나잇의 로망, 불같은 사랑, 즐거운 섹스. 이 모든 것이 진정한 현실을 만나 구체화 되는 중이었다. 적어도 이 사회의 시선에서 그것은 생각보다 철없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여자아이는 연신 ‘엄마 나가서 얘기하자’고 애원했다.

아주머니는 “너 얘를 다시보고 싶으면 그전에 내 얼굴부터 먼저 봐야 할 거다”라고 하시고는 문도 닫지 않은 채 제 딸의 손을 붙잡고 나가셨다. 폭풍이 몰아치고 난 모텔 방에는 반듯한 침대 시트와 구석에 처박힌 콘돔, 정갈한 듯 구겨진 옷을 입은 나와, 그리고 꼿꼿이 앉은 채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있는 나만 남아 있었다. 사랑은 무얼까. 이십대 초반에 가졌던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망 그리고 사랑 없는 사랑에 대한 동경의 중간에서 나는 갈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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