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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주 다양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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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난 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고래의 방송 책 선정 방법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7. 4. 16.
1.
안녕하세요. 고래입니다. 
저번 인터뷰도 마무리 짓지 않고 새로운 글을 쓰려니 민망하군요. (내 이럴 줄 알았 지...)
이번주는 이기호 작가의 단편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방송에서 중백씨가 말했듯이 이 제목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서 따온 말인데요. 실은 오역에 가까운 의역입니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오래살다보면 내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니까.


원래의 묘비명은 약간의 유쾌함까지 느껴집니다. 뭔가 죽음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듯한 느낌이 나는 반면에,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약간의 후회와 자조가 섞여있는 듯 합니다.
현 상황에 대한 약간의 후회와 자조. 
요즘 이런 감정이 자주 들어서 이 책을 선정했습니다. 


2. 
정말 개인적이고 충동적으로 책을 선정했죠?
제가 오늘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책이랑 톡톡에서 책을 선정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 현 상황, 약간의 후회와 자조에 대한 내용은 다른 글이나 방송에서 말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분명 어딘가에 계실... 책이랑 톡톡이 책 선정을 어떻게 하는 지가 궁금한 청취자 분들을 위해 몇 자 적어보려합니다. 
우선 저희의 선정기준은 '자유'입니다.  한 주의 발제자가 자신만의 기준으로 책을 선정하고, 2주 전에 이야기 해주는 것이죠.  
멤버들에 따라, 이야기 나누고 싶은 키워드를 생각 한 뒤 책을 선정하는 경우도 있고, 평소 읽고 싶던 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체계라곤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대개 발제가 돌아오는 시기쯤의 상태! 감정! 욕망!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고릅니다.
어릴적 책 읽는 습관이 잘 안들여져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책톡을 하기 전까진 책을 읽는게 굉장히 힘겨운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책 읽는 게 편하진 않습니다. 책에 재미를 느끼고 어느정도 읽는 속도도 늘어났지만, 아직도 집중해서 읽는게 힘에 부친다고 해야할까요. 
쉽게 설명하자면, 책보다가 자꾸 딴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책 내용에 대한 키워드를 가지고 다른 길로 새는 건 좋은 독서가 될 수도 있지만, 전혀 상관 없는... '다이어트 중에 또 치킨을 먹어버리다니' 이런 생각은 독서를 방해하는 것에 가깝죠.
몇십분을 딴 생각하다가 전에 읽었던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아서 전 페이지로 돌아가는 상황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완독 시간이 굉장히 오래걸립니다.
사실 제 기준에선 저게 편안함이라, 시간만 많다면 이런 식의 독서를 하고 싶긴 합니다. 중간중간 생각나는 음악도 듣고, 잠도 자가면서 말이죠. 읽었던 페이지를 서너번 반복하더라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책이랑 톡톡은 매주 한권씩 책을 읽어야 하기때문에 가끔은 강제로 집중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특히 길거나 대강 읽어선 이해가 안되는 책 같은 경우엔 더욱 그렇죠. (분노의 포도,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종횡무진 역사 등등 쓰고보니 다 중백이 고른 책이군요. 문제의 원인을 발견한 기분이네요.)
지금 떠올려보니 살짝 무섭기도 한데, 저는 너무 바쁜 시기엔 스톱워치를 써가면서까지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보통 1분에 1쪽, 책에 따라 1분에 2쪽.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자꾸 딴 생각에 빠지게 되니 어쩔 수 없는 수단이었죠. 
하지만 이 방법은 효율은 끝내주지만, 제게는 이 효율보다 기계가 된 듯한 불쾌감이 좀 더 큰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책을 읽기위한 저만의 동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찾은 좋은 방법은 그 시기의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나의 감정이나 상황을 환기시켜줄만한 책을 고르는 것입니다. 
발제 책 선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저의 갈팡질팡하는 상황이, 답답한 감정이 이 책을 고른 것이죠. 
이런 식으로 책을 고르면 그때부터 책은 정말 막힘없이 읽힙니다. 한마디로 즐거워집니다. 
머릿 속에선 끊임없이 나의 상황과 이 책을 연결 짓고, 여기서 나온 에너지는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동력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택한 모든 책이 저의 복잡한 감정들을 해소시켜주는 것은 아닙니다. 
끝까지 나의 상황과 연결 지으려 애써보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불만족스러운 책이라도 얻어가는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미처 해보지 못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기도 합니다.  


3.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방송입니다.
책은 즐겁게 읽었을 지 몰라도 방송에서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마땅치 않은 경우들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 발제 방송을 들으면 너무 심하게 감정에 취해 있는 경우도 보입니다. (표백,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거의 다 잖아!)
이는 당연히 청취자 분들께 죄송함으로 연결 됩니다. 
멤버들끼리 모여서 회의 할 땐, '우선 우리가 즐겁기위해 하는 거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자.' 라고 말을 하지만 저희의 결과물보다 훨씬 더 깊은 성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기에 자꾸 신경쓰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저의 욕심과 불성실함의 합작도 한 몫 할테죠.


4.
아... 어떤 말로 결론을 내려야 할 지 갈팡질팡합니다.  
아마, 저는 앞으로도 저의 감정에 따라 책을 선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저 먼저 즐겁게 읽기라도 하겠습니다.  
책을 읽는 것 자체에 더욱 즐거움을 찾고, 스스로 깊이를 갖추면 그때부턴 전달에도 더욱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래오래 책이랑 톡톡을 하고 싶습니다.  ;-)
부족한 방송 많이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P.S. 아 물론, 책톡의 다른 멤버들의 책 선정기준은 저보다 훨씬 체계적입니다. 아마 그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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