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브입니다.
67화에서는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주제로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1999년 4월 콜럼바인 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이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고 슬펐던 부분은 너무나도 처절하게 표현되어 있는 자살 유가족 이자 가해자의 가족으로서 겪는 정신적인 고통이었습니다. 사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희생자 가족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죄인으로 비난을 받고 가해자가 사망했을 경우 법적인 책임까지 져야 하는 가해자 가족의 심정은 미처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자살 유가족의 경우에도 참담한 심정을 어느 정도 짐작만 해 보았지 죄책감의 감옥 속에서 살아가는 수 클리볼드의 모습을 보니 내 가족을 위해 절대로 자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 사람이 자살하면 최소 5~10명이 영향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자살 유가족 지원체계 확립을 위한 기초연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살 유가족은 8만3,000명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자살 유가족은 자살 위험이 일반인보다 8.3배 높고, 우울증도 7배 늘어난다고 합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보면 미국에서는 자살 유가족들의 자조 모임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수 클리볼드도 역시 자살로 자식을 잃은 친구 샤론의 초대로 참사 1년 후 콜로라도 자살예방연합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여성들 모임에 초대됩니다. 거기에 참석하고 나서 일기에 ‘마치 집에 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쓸 정도로 편안함을 느낍니다. 또한 ‘자살예방연합에서의 일이 진정한 소명이자 어둠 밖으로 인도해줄 길, 궤도에서 벗어난 삶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방도처럼 여겨진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수 클리볼드가 유방암에 걸려서 치료 받는 중에도 유방암을 이겨낸 사람이 집에 찾아와 정보를 주고 격려해 주는 코멘 암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습니다. 이처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로부터의 이해와 공감은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자살 유가족을 위한 자조모임(self-help group)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9개의 공식적인 자조모임이 있고 이 밖에 자살유족 간의 캠프, 종교단체에서 진행하는 예배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2015.9.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41771&google_editors_picks=true
특히 국가적인 지원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국내에서 그나마 자살 유가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주고 있는 곳이 전국 시ㆍ군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증진센터입니다. 하지만 이들 기관 중 자살 유가족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15개에 불과하며 15개 기관 중 담당자가 1명인 기관이 7곳으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살 유가족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자살에 대한 인식이 아닐까요? 우리나라 정서 상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살유족들은 애도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고립되고 맙니다. 또한 스스로도 자살의 원인을 본인에게 돌려 크나큰 죄책감 속에서 살아갑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에서도 언급되었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자살로 죽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뇌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자살은 뇌의 병으로 자살에 대한 생물학적 취약성이 존재하며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이제는 자살과 우울증을 고혈압, 당뇨, 비만과 같이 일반적인 질환으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살과 우울증의 고위험군에 대해 평가하고, 생활습관 교정 및 뇌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들을 공론화하여 누구나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자살 예방과 자살 유가족의 회복에도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다음 시간에 더 좋은 내용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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