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래입니다.
63화 장강명 작가의 표백 방송 재밌게 들으셨나요?
토요일에 업로드 한 2부에는 흥분과 우울을 왔다갔다하는 망나니 한명이 나오죠. 혹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오늘은 '자문자답 인터뷰'를 통해 제가 63-2부 방송에서 왜 그리도 흥분했는 지와, 흥분을 하면서까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인터뷰는 방송을 들었다는 전제하에 진행됐기 때문에, 방송을 듣지 않은 분들을 위해 책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표백>의 여주인공 세연은 자살선언문으로 세상에 경고를 하려 마음 먹습니다.
이 경고의 핵심내용은, 우리사회가 사람들이 각자의 색깔을 갖게 돕기는 커녕 하얗게 표백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의 말을 빌리자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이데올로기가 결합한 가치 체계에서 한 인간의 가치를 재는 방법은 '그 사람이 자유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는가(독재자나 범죄자가 아닌가)' 와 '그 사람이 얼마나 높은 시장 가치를 갖고 있는가' 뿐입니다.
이 상황에서 표백 세대의 젊은이들은 부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더라도 자신의 능력과 야망을 증명하려면 돈을 버는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죠.
그 외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주장 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돈에 대한 집착은 사람 자체를 돈으로 만들어버리는 행위기도 합니다. 모든 가치판단은 돈으로 이루어지기에, 사람 자체에도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죠.
결국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색깔을 비추며 사는 것이 아니라, 고작해야 가격차이정도만 보여주며 살 뿐입니다.
세연은 이런 세상을 고발하려고 자살선언을 택합니다. 괴물 같은 세상의 이상함을 고발하고 자살 하는 것이죠.
또한, 그녀는 그녀 한명만으로는 자살선언이 위력이 없을 것임을 예상하고, 자살선언을 함께 할 사람들을 설득하고 와이두유리브닷컴이라는 자살선언 사이트까지 만듭니다.
자 이쯤에서 자문자답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 이어나가보겠습니다.
*참고
인) : 인터뷰어 고래.
고래) : 책이랑 톡톡의 망나니 고래.
인) 안녕하세요. 고래씨.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래) 안녕하세요.
인) 오늘 인터뷰는 책톡 63화 <표백> 2부에서 고래씨가 왜 그리도 흥분했는 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을 들어보신 청취자분들이라면 대부분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고래씨가 '세연의 자살선언문에 대해 동의하느냐'에 대한 토론 부분에서 굉장히 흥분하셨죠. 일단, 그때 하셨던 이야기의 핵심을 간단히 들을 수 있을까요.
고래) 네. 일단 흥분했음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편집을 하면서 '쟤는 왜 저렇게 화가 나있나' 싶었습니다. 허허허.
저는 일단, 세연이 택한 자살이란 방법 자체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쓴 자살선언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를 합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은 실제로 사람들을 하얗게 표백시킵니다.
저는 세상을 그럴듯하게, 적당하게 사는 공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 완벽히 적용되는 공식입니다.
바로 '시키는 공부'만 잘하며 살면 되는것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시키는 공부'만 성실히 하면 먹고 살 걱정은 할 필요 없고, 적당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시키는 공부'의 커리큘럼 자체가 '시키는 것'을 잘 해내는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시키는 것'을 잘 해내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싶어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부려먹기 편하니까.
돈으로 모든 것이 교환 가능한 세상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위치에 가는 것은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게 해줍니다.
결국, 돈을 주는 자본가들의 의도가 명확히 들어간 커리큘럼이기에 이 공식을 따르는 것이 그럴듯하게 사는 최단 과정임은 당연합니다.
허나, 이 공식을 따라 그럴듯한 삶을 살기위해선 그들은 자신의 색깔을 내비추는 것을 포기해야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것을 생각하려 멈췄다가는 저 길고 긴 커리큘럼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온 집중을 다해서 치열하고 성실하게 임해야 합니다.
한명이라도 더 제쳐서 먼저 커리큘럼을 완수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사람들은 누구보다 빨리 표백되려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인) 그렇다면 고래씨의 분노의 원인은 공식을 따르며 사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나요?
고래) 아니요. 저는 이렇게 사는 삶을 선택한 개개인들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실제로 세상엔 이런 공식을 의심하지 않고 따르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 하고 있습니다.
이 커리큘럼을 우수한 성적으로 해내는 사람들에게 이는 더 없이 좋은 삶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수한 성적은 모두가 받을 수 없는 소수의 것임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이 '절대 다수'임에 생기는 부작용들에 대해선 나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 그들이 '절대 다수'임에 생기는 부작용엔 어떤 것이 있나요?
고래) 그들은 '색깔을 가지려는 사람들'을 부정하거나 좋지 않게 봅니다. 절대 다수인 그들의 삶이 오직 정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들의 이러한 시선은 세상을 더 급속히 표백사회로 만듭니다.
그들이 이를 좋지 않게 보는 첫번째 이유는그들의 기준으로 비춰봤을때 한심해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릴적, 어른들에게 "그래도 공부가 최고다" 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럴듯하게 먹고사는 최단지름길이 '공부'라는 것을 압니다. 앞서 '시키는 공부'에서 말했듯 이는 실제로 자명합니다.
이미 표백되어버린 어른들의 기준에선 조금이라도 빠른 출발을 하라는 선의로 말씀 해주신 것이겠지요.
허나, 그들은 그렇게 살다가는 개인의 색깔을 잃는다는 것까진 말해주지 않습니다. 사실 이는 정말 몰라서 못 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삶을 돌아봤을때, 시키는 걸 하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조차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사회가 개인에게 가한 큰 폭력입니다. 설계자들의 디테일함이겠구요.
두번째 이유는 자신들이 살아온 삶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이는 자신의 색깔을 사는 삶이 의미있는 삶임을 어느정도 인지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마 그들은 '색깔을 가지려는 사람들'의 사회적 완성버전인 '색깔을 가진 사람들'의 성공에서 이것을 인지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예컨대, 그들은 잡스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부러워도 합니다. 물론 그 색깔들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서 부러워할 확률이 높긴 할테지만요.
자신들은 이미 '시키는' 커리큘럼을 따라와 어느새 표백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상이 시키는대로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색깔을 잃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색깔을 칠하기엔 이미 늦은 것 같을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을 행하려는 자를 부정하는 것 뿐입니다. 자신이 정상임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완성된 색깔'은 부러워하지만 '색깔을 가지려는 사람들'은 비웃습니다.
인) 결국, 고래씨는 개인이 각자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개인이 색깔을 가져야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보고싶네요.
고래) 오늘은 늦었으니, 다음 2부 인터뷰에서 이어서 말씀드리도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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