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시 돌아온 마브입니다^^
62화에서는 김민섭 작가님의 <대리사회>를 주제로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전작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알고 <대리사회>를 읽으면 작가님의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이하 지방시)는 지방대학의 인문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수료를 받은 30대 시간강사가 본인의 지난 10여년의 시간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석박사 과정 동안의 지난한 과정들, 2부는 시간강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꼈던 교학상장(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 서로를 성장시킨다)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직전에 읽은 <공부중독>에 대항해서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처럼 느껴졌습니다.
작가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서 인문대에 들어갔고 대학원에서도 학문과 연구의 세계를 탐구하는 데 희열을 느끼는 청년입니다. 하지만 잡무와 대학의 행정일이 그가 하는 대부분의 일상이고 그에 대한 처우는 비참할 정도입니다. 학비의 일부만 보조받고 각종 지원금을 받아도 빚만 늘어가는 석사, 박사과정을 겨우 마치고 시간강사를 시작하지만 4대 보험과 같은 기본적인 보장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강의가 없는 날 맥도날드에서 냉동식품을 옮기고 설거지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4대 보험을 보장받고 생활비를 벌고 빚을 갚습니다. 하지만 그는 제도권의 삶이 비루하다고 불평하지도, 내가 이렇게 힘드니 좀 봐달라고 징징대지도, 이러한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습니다. 그저 한 청년이 이렇게 꿋꿋이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고 있다고 보여줄 뿐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그가 시간강사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며 서로 교감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준비가 덜 되었다는 마음에 강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하였지만 준비 끝에 교단에 서게 되었고 결국은 교수가 혼자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같이 배워나가는 것이 강의라는 걸 깨닫습니다. 본인이 학생 때 아쉬웠던 부분들을 보완하여 수업의 원칙을 세우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고자 하며 무엇보다도 학생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간직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예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하버드나 MIT의 존경 받는 교수님들을 따라다니면서 강의하는 모습과 강의 전 후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수십 년 간 강의를 해왔고 그 분야의 대가인 교수님들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들 앞에 서는 것에 굉장히 긴장하고 학생을 두려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진정한 스승은 학생을 두려워하는 선생님인가 봅니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환경 속에 살면서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모든 사람에서 찾아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인문학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실생활에서 실천하고 인문학적으로 사유하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데 인문학을 해야 하는 것인가 느끼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난 직후 검색해보니 이 책의 저자가 시간강사를 그만두었다고 하더군요. 책을 쓰고 대학 밖의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지방시에는 마지막에 이 말이 나옵니다.“아파도 되는 청춘은 없으니까, 모두 아프지 않기를, 그리고 이처럼 아팠음을 모두 기억하고 바꾸어나갈 수 있기를” 그가 이제는 대학을 떠난 몸이지만 이 말처럼 아팠던 때를 잊지 말고 바꾸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당시 조심스럽게 기대해 보았습니다.
얼마 후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가 대리운전기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이 유명해졌지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대리기사밖에 없는 가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문학자였습니다. 대리기사를 하며 경험한 일들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글을 썼고 <대리기사>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작가는 카카오 대리운전이라는 O2O 서비스의 대리기사로 일하였습니다. O2O 서비스는 Online to offline의 약자로 카카오택시’나 ‘배달의 민족’과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서비스를 지칭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지만 그 이면에는 방대한 비정규직을 통한 비용절감의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같은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며 사고가 났을 때 모든 것을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또한 O2O 서비스는 사용자와 판매자가 만나는 통로를 지배하게 되는 상황으로 마치 이용자가 무료 서비스를 쓰는 것처럼 유도해 수익을 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서비스들이 지금은 그 이익을 기존 산업의 판매자로부터 가져오는 듯 보이지만,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사용자들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리사회>에서도 소개가 되어있듯이 카카오 대리운전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대리기사 업체와 경쟁구도가 형성되었을 때 결국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것은 을의 입장인 대리운전기사들이었습니다. 갑의 경쟁은 을과 을의 다툼으로 변질되고 그 가운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가장 힘이 없는 자들인 것입니다.
취약한 노동 환경 외에도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아마도 저자가 대리기사로서 일하며 경험한 생생한 에피소드들과 그 속의 희로애락일 것입니다. 실제로 겪고 난 후의 감회는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다가옵니다. 책을 읽는 시간 동안 잠시나마 함께 운전석에 앉아 그 상황을 지켜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택틀이라는 개념이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 택시가 경기도에서 손님을 태우면 벌금을 내기 때문에 빈 차로 서울로 돌아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리기사들도 손님을 경기도로 모셔다 드리고 서울로 돌아와야 하는데 늦은 밤에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택시기사들과 대리기사들이 서로 공생하는 방법이 바로 택틀입니다. 택시도 대리기사들을 태워서 기름값과 톨비를 충당하고 대리기사들도 싼 값에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합니다. 밤의 도시에서 우리가 모르게 일어나는 일들이 생소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대리운전기사로서의 일할 때 액셀과 브레이크와 핸들을 조작하는 동작 외에는 주체적으로 행위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통제를 경험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도 사실 사회라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에 앉아 본인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대리인간이 아닐까 하는 성찰에 이릅니다.
마지막으로 지방시에서 기억에 남는 면담 장면을 덧붙입니다. 진로로 인문학을 선택하고 싶지만 배고픈 학문이기에 주저하는 학생이 저자에게 교수님은 지금 행복하시냐고, 후회하지 않으시냐고 물었고 그것에 대한 대화입니다.
“나는... 후회한단다. 하지만 시간을 돌이켜 스무 살의 나에게 어느 길을 걷겠니, 하고 다시 묻는다면, 역시 죽을 만큼 고민할거야. 지금 행복하냐고 물으면, 나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없어... 그런데 적어도 나에게 부끄러운 선택을 하지는 않았단다. 그래서....”
“그러면 버틸 수 있다는 거군요.”
그는 지금도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그가 잘 되기를 바랍니다.
+
추가로 대리기사에 대해 찾아보다가 읽게 된 글을 소개합니다. 10년차 전업 대리기사로 일하는 분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글이라고 합니다. 대리기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대리기사다 1편 http://murutukus.kr/?p=5608
나는 대리기사다 2편 http://murutukus.kr/?p=5649
나는 대리기사다 3편 http://murutukus.kr/?p=5654
다음에 다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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