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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난 뒤

[대리사회] K팝 스타에 교포 참가자가 많은 이유?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7. 3. 5.

안녕하세요, 희조입니다.
62화 방송 잘 들으셨나요? 오랜만에 만난 마브님은 더욱 화사해지셨더라고요! 웰컴백´・ᴗ・`

오늘 주제는 K팝 스타와 대리사회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K팝 스타의 충실한 팬이다. 나는 라디오스타처럼 호흡이 빠르고 아주 휘발성 강한 자극적인 토크 프로를 좋아하는 반면 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면 끌끌 혀를 찬다. 대신 K팝 스타에 어린아이들이 나와서 재주 부리면 그렇게 좋아한다. 척하면 척, 누가 누군지 다 안다. 얘는 무슨 노래를 부를 때 제일 잘했어, 얘는 박진영이한테 까였는데 와일드카드로 살아났어, etc. 네네 아버지, 아버지가 즐거워하시니 좋네요 하면, 희조야 이건 꼭 들어봐야 돼, 라며 굳이 IPTV로 방송을 구매해 인상적인 장면을 틀어주기까지 한다.

그런데 K팝 스타를 들여다보면 교포 참가자가 참 많다. 그들은 ‘안령아세여~ 져눤 애를란타에서 온 케이뤼임니돠~’와 같이 마가린 바른 한국어를 구사하며 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시즌3에서는 1위(버나드박), 2위(샘김) 모두 교포였고, 4기 우승자(케이티킴)도 교포였다. 또한 지금 방영 중인 시즌6 라스트찬스에서도 이성은(미국 텍사스 출신), 유지니(미국 뉴저지 출신)가 극찬을 받으며 등장했고, 현재는 TOP10 진출을 코앞에 두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교포들은 소울이 다르니까 토종 한국인보다 유리하다고 말한다. 논리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은 미국 팝을 수입한 것이다. —> 팝 음악의 본토는 미국이다. —> 교포는 성장기에 본토의 대중음악을 체득할 수 있었다. —> 같은 재능이라면 미국 소울을 익힌 교포 친구들이 한국 시장에서 더 유리하다. 맞는 말이다. 비단 K팝스타뿐 아니라 R&B나 힙합 장르에서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해외 유학생이나 교포인지를 보면 납득이 간다. 

하지만, 이것은 반쪽짜리 설명이다. 나는 교포 참가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아무리 미국 팝 음악을 체득하면서 자란 아이라도 만약 그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나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부모님 밑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그 재능은 발휘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한국에 있다고 해서 팝 음악을 가까이 접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팝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아이가 학원 안 가고 집에서 기타 치고 노래 연습하면서 가수의 꿈을 쉽게 키울 수 있을까? 답은 maybe not이다. 아마 ‘공부부터 하고’, ‘대학부터 가고’ ‘노래는 취미로’ 하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즉, K팝 스타에서 교포 참가자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음악적 환경의 차이뿐 아니라 교육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양성이 용인되는 교육 환경이 아이들의 재능을 꽃피우게 한 것이다.
 

한국의 획일적인 교육 환경은 천편일률적인 ‘한국인’을 생산해낸다. 이 한국인의 삶에는 99%가 공부다. 초등학교부터 여러 학원을 전전하고, 중학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내신 챙기기에 돌입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수능 공부에 여념이 없다. 대학교에 가면 1,2년은 자유를 맛보지만(그마저도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바로 영어점수와 각종 자격증 따기에 시간과 돈을 쏟으며 취업을 준비한다. 취준생들이 ‘나에 대해서 서술하라’는 자기소개서 질문에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한 번도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주지 않았으면서 갑자기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기소개가 아닌 소설을 쓸 수밖에 없다.

교환학생, 워킹홀리데이 등을 통해 외국 생활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외국 생활은 이방인으로서 한국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물론 외국 생활이 어느 정도 모두 그런 것이긴 할 테지만, 이제까지 나의 삶이 아닌 한국인으로서의 삶을 강요당했던 한국 학생이라면 더 큰 해방감을 얻기 마련이다. 하지만 잠깐의 외국 경험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내기란 어렵다. 관성은 무서운 법이라서, 한국에 돌아오면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외국 생활은 한 때의 추억이 되고 결국 주변 친구들 따라 못다한 한국인 되기 프로젝트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취업이 끝이냐고? #결혼 #출산 #양육 #내집마련 #아이대학보내기 #etc #긴말은생략

가끔 그 안에서 뚫고 나오는 친구들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대다수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한국인의 욕망을 copy + paste 해서 대리하며 살아간다. 물론 누구나 나는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겠지만, 사실은 한국인1, 한국인2, 한국인3, …. 한국인99999999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과연 몇 번째 한국인일까.
 

나는 대리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과연 내가 대리인간을 벗어나 나만의 운전석에 앉을 수 있을까? 나는 정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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