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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난 뒤

[페미니즘의 도전] 여성의 피해자 정체성에 대해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7. 1. 22.

안녕하세요, 희조입니다.

56화 방송 잘 들으셨나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번 방송을 끝내고 한 가지 더 큰 딜레마가 생겼습니다.

사실 구성안을 짤 때부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멤버들에게 ‘페미니즘’ 혹은 ‘성별'이라는 주제는 무척 신선한 것도, 무척 해묵은 것도 아니었을 거예요. sex(생물학적 성)과 젠더(사회적 성)는 우리 사회의 아주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영원불멸할 얘깃거리죠. 서로 다른 성을 지니고 태어난 우리는 그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서로를 사랑하기도 하고 또 증오하기도 합니다. 또한,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에서 아주 논쟁이 되고 있는 이슈이기도 하죠. 그래서 멤버들 또한 나름대로의 느낌과 생각이 이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각자가 경험한 페미니즘도 다를 것이고요. 그래서 방송에서 어떤 얘기를 하는 게 좋은 건지 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방송에서 고래씨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얘기하면서 여성에게 ‘피해자 정체성’이 유용한 무기로 사용되는 점을 얘기하셨는데요, 여성들은 자신이 겪어온 부당한 차별과 손해를 주장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차별받은 경험, 어머니로서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희생한 경험 등, 여성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말하기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고서는 사회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방송을 다시 들으면서 저는 페미니즘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대화도 항상 이런 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나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여성은 여성으로서 겪는 불리했던 경험을 얘기하기 바쁩니다. 자신이 직접 겪었던 것이든, 주변 사람에게 들은 얘기든, 아니면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얘기든,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증거들을 끌어와 여성의 ‘피해자성’을 전시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상대방 남성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핍니다. 상대방이 어디까지 자신의 얘기에 공감하고 있나 살피면서 어느 수준까지 피해자성을 격화시켜야 하는지, 혹은 최상의 경우 피해자의 스탠스를 취하지 않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인지 가늠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제 경험상 같은 여성 친구와 얘기할 때에는 그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여성 친구이기에 그렇겠지만, 저는 굳이 제 자신을 ‘피해자’의 위치로 가져가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적극적으로 내 생각을 얘기하고 무언가에 분노할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분노할 수 있다는 것이 쾌감이 되고 그것을 들어줄 상대가 있다는 것은 제게 큰 기쁨을 줍니다. 저는 피해자가 된 것에서 쾌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된 것에서 기쁨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페미니즘은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끼리만 얘기해야 할까요? 아니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상대방과 끊임없이 얘기하려는 태도가 필요한 걸까요? 

2부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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