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녕하세요. 첨벙첨벙 고래입니다.
2017년, 첫방송으로 업로드 된 54화 <그리스인 조르바> 재밌게 들으셨나요.
"' 네'라고 한 사람은 복받을 진저! "
제 안의 조르바는 이렇게 외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니오'라고 답한 분들께 저주를 퍼부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저부터 만족스럽지 못한 방송이었기 때문입니다. 발제자로서 부족한 방송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립니다.
특히, 2부 토론 주제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에서 제가 말한 부분은 무슨 말인지 전달조차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A/S특집으로 2부 토론때 했던 진정한 자유에 대해 정리 해보는 글을 써보겠습니다.
2.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요.
방송에서도 거창하다고 웃었지만 다시봐도 엄청난 질문같긴 합니다.
자, 이 엄청난 질문을 풀어나가기 위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께 부탁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자유'하면 어떤 감정이 느껴지고,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 지 1분간 눈을 감고 생각해주세요.
단순한 이미지도 좋지만, 구체적인 상황까지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딱 1분입니다. 모두 눈을 감아주세요.
저는 이런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바다, 들판, 하늘.
바다를 하루종일 쳐다보는 것.
한적한 수목원을 걷는 것.(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걷고 있네요. 아쉽지만 얼굴은 못봤습니다....)
여행때 들른 조용한 카페에서 신경 쓰이는 것 없이 대화 나눴던 때.
하늘을 보면서 大자로 누워 있는 내 모습. 평화로운 느낌.
고급 뷔페에서 음식 고르는 나.
참 별게 다 생각나네요.
과거에 느꼈던 자유로웠던 감정부터, 앞으로 느끼고 싶은 것들까지 말입니다. 심지어 뷔페라니. 하하.
여러분들은 어떤 장면이 떠오르셨나요? 어떤 감정이 느껴지셨나요?
아마 평화로운 자연 이미지는 비슷할지언정,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모든 사람들이 다른 장면을 떠올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런데, 상상만 한건데도 1분동안 정말 행복하지 않으셨나요?
저는 정말 기분이 좋아져서 몇분 더 눈을 감은 채 있었네요.
신기한 것은 우리는 분명 자유를 상상했는데, 이것이 자연스레 행복과 연결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자유는 우리가 바라는 행복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 조금 허무하지만, 여러분들 덕분에 거창한 줄만 알았던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의 결론이 벌써 나왔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상상했던 이 장면들, 이 행복들이 바로 진정한 자유입니다.
3. 허무하게 결론이 나버렸지만, 방송해서 했던 말과 연결지어서 진정한 자유에 대해 차근차근 한번 더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방송에서 진정한 자유의 최종단계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 새겨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이는 무(無)의 상태에 가까운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해탈한, 신의 경지에 오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 같습니다.
평범한 우리는 그저 본능적인 욕구를 가진 인간입니다. 세상에 사는 한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이 욕구는 자신이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고, 욕구란 것은 개인의 힘만으로 통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욕구의 상당부분은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해 발현되기 때문이죠.
또한, 무욕으로 산다고 하는 사람들도 가만보면 사는 것 그 자체를 바라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탈하지 못한 평범한 우리들은 진정한 자유를 갖지 못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분명히, 위에서 저와 진정한 자유를 맛봤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떠올려봐야 합니다.
단순히 욕구를 자제하기보다는 '무엇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인가'를 고민하고 욕구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탐구하는 것, 그리고 그 길을 밟고 행복해지는 것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렇게 묘비명을 수정해봤습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가치를 탐구한다. 그로인해,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여기서 탐구는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위에서 1분간 떠올렸던 자유의 장면들 기억 하시나요?
탐구란 그저, 우리가 오늘 함께 떠올려본 그 1분간의 행위입니다.
그 행복의 장면들은 우리 머리와 마음 속에 각인되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 입니다.
이 힘은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도와줄테구요.
물론 눈을 부릅 뜨고 살아야 되는 시간이 더 많은 세상이라 잠깐동안 눈을 감는 것 조차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눈을 부릅 뜨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는 것이야말로 진짜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는 행위 일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다보면, 한적한 수목원을 함께 걷던 사랑하는 여성분의 얼굴이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이거 참, 당장 감아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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