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조입니다.
57화 방송 잘 들으셨나요?
빅데이터는 평소에 낯설게 여겼던 주제였는데 이 책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례를 많이 다루고 있어 좋았어요, 그중에서도 연인 관계의 결속력에 대한 내용이 재밌었습니다. 저희는 미국 학자 라스 백스트롬(Lars Backstrom)&존 클라인버그(John Kleinberg)가 페이스북 데이터를 통해 연인 관계의 '착근성'을 측정한 방식을 직접 적용해봤었어요, 방송만 듣고서는 잘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제가 작성했던 것을 ☼직접☼ 공개합니다.
나와 추 사이의 네트워크를 도형으로 표현해본 거예요. (상대방의 허락 하에☀추는 설계자들에 나오는 캐릭터예요✰)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서로 아는 사람이 이것이 전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몇 가지 특징을 나열해볼까요?
☄보시다시피 커플은 집단(가)를 중심으로 묶여 있죠, 이 집단에서는 서로를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와 추는 나의 지인 F, G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이하게, 집단(가)의 D와 A도 나의 지인 G와 I도 각각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는 추의 지인을 잘 모릅니다. 나는 상대적으로 추의 지인들과 덜 연결되어 있습니다.
책에 ‘산란’ 또는 ‘동화’라고 부르는 지표가 있었습니다. 이는 커플이 빠졌을 때 그래프의 연결이 끊기는 정도, 즉 중심에 있던 커플이 빠졌을 때 네트워크가 얼마나 산산조각 나는지 측정하는 지표를 말합니다. 이 커플의 경우는 어떨까요?
<나와 애인이 빠졌을 경우>
☄집단(가)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서로가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커플이 빠졌다 해도 소외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D-G와 A-I의 관계도 유지됩니다. 즉 이 둘은 커플 때문에 연결된 사람이 아니었기에 커플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나를 통해서 연결된 사람들이지 추와의 접점은 없었습니다.
책에 따르면 동화 수준이 높은 커플은 서로가 커플이 아니었다면 연결되지 않았을 많은 집단을 연결하는 접착제로 기능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커플의 경우 경우 나와 추가 집단(가)의 중심에 있지 않고 다 같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집단에서 빠져도 큰 손실은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커플은 서로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A, B, C, D 모두와 경쟁해야 합니다. 고로 이 커플은 동화 수준이 높진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집단 안에서 과도하게 '착근된' 관계도 좋지 않지만, 서로의 인맥이 지나치게 분리된 관계도 결속력이 강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서로의 지인이나 가족을 전혀 모르는 ‘너무 다른 삶’은 ‘비밀스러운 삶’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는 추를 통해서 연결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거의 없습니다. 추의 가족관계, 친구관계를 얘기로는 많이 듣지만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아직은 좀 비밀스러운 관계라고 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관계란 무엇이냐고요? 그것은 커플이 같이 속해있는 집단이 적당히 있고, 애인과 내가 공통적으로 아는 친구들이 적당히 있지만 그 친구들은 서로를 모르는 관계라서 우리가 그들을 연결하는 적당한 접착제가 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참 쉽죠?♨
연인관계와 관련해 예전에도 이런 연구는 많았는데요, 지금까지 이메일, 인스턴트 메시지, 전화 등을 사용한 많은 연구에서는 두 사람이 공유하는 친구가 많을수록 관계 결속력이 강하다는 결과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데이터를 이용해 전화나 이메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셜 그래프를 연구해보니 단순히 공유하는 친구가 많다고 해서 관계가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정설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위의 백스트롬과 클라인버그의 '착근성' 연구 또한 페이스북에 있는 130만 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그들의 인맥 데이터를 수집한 것이 바탕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해본 것 처럼 꼭 연구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도 SNS 데이터를 이용해 직접 자신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백스트롬과 클라인버그의 알고리즘을 구현한 인터넷 페이지도 등장하고 있다고 하네요. (구글에 검색해보니 그런 페이지는 못 찾았습니다만 연구 논문은 있었습니다.)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결과만 놓고보자면 한 마디로 꽝인데요☁사실 이 연구는 연애를 시작한 지 1년 미만의 커플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첫 한 해의 결속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서로의 프로필을 들여다보는 빈도가 더욱 정확하고, 시간이 흘러 서로 공유하는 인맥이 커지고 난 후에야 동화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 또한 커플 나름이겠죠. 하지만 빅데이터가 인간에 대한 앎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유익한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나의 ⓛⓞⓥⓔ 관계망 탐사기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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