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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난 뒤

[설계자들] We are all planned.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7. 1. 15.

안녕하세요, 희조입니다.
55화 방송 잘 들으셨나요? 
저는 녹화 때 다소 <멘붕>이 오기도 했지만 다시 들어보니 재밌더군요. 
그럼 저의 아주 주관적인 후기 궈궈~

You, checkmated.


1. 후천적 설계: 누가 <우리>의 삶을 <통제>하지?

저는 이 작품이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이후 국가권력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꼬집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암살 사업의 팽창을 가속화시킨 것은 자신의 정부를 도덕적으로 포장하고 싶은 새로운 권력의 등장 때문이었다. 아마 그들은 ”여러분, 안심하세요. 우리는 군인이 아닙니다“라는 표어를 이마에 붙임으로써 국민들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중략).. 도덕적 포장을 하고 싶은 이 권력이 맞닥뜨린 한 가지 문제는 예전 시대처럼 입바른 소리를 해대는 얄미운 놈들을 두들겨 패기 위해 남산 지하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국민과 언론의 시선으로부터, 기관의 복잡한 명령 체계와 집행 흔적으로부터, 그리고 훗날 자신들에게 닥칠 책임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청부업자와 거래를 시작했다. 이른바 암살의 아웃소싱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80~81쪽)

공권력의 민영화를 꼬집고 있는 대목인데요, 방송에서는 시간상 말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죠.

바로 8년 전
 용산입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용산시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전철연 회원들, 경찰, 용역 직원들 간의 충돌이 벌어지는 가운데 발생한 화재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요, 그중 하나는 '경찰-용역' 합동 작전이 실제 했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경찰 측은 용역업체와의 공모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PD수첩>이 용역업체 직원이 물대포를 사용하고 그 옆을 경찰 5명이 방패로 보호하고 있는 장면을 보도[각주:1]하면서 의혹은 더욱 불거졌습니다.
일개 민간 철거 용역 회사가 경찰과 함께 진압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이 장면. 저한테는 아주 충격적이었습니다. 
공권력이 민간의 손을 빌려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번듯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얘기해주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과연 군부 정권과 얼마나 다를까요.

=> 설계자들 = '(민간을 등에 업은) 국가권력'


2. 선천적 설계: 누가 <인류>의 삶을 <결정>하지?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우리 인간은 왜 서로를 미워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걸까요?
방송을 통해 저는 '우리는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환상’이 우리를 폭력으로부터 눈감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면서도 세계가 아무렇지 않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달은 잘 안 된 것 같지만..)

40화 방송 ‘제3의 침팬지’ 기억하시나요?
이 책에서는 인간의 파괴적인 속성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합니다. 동족을 살해하는 것은 인간뿐만이 아닙니다. 침팬지 또한 인접 집단을 몰살하는 행위를 하며, 영토 정복을 위해 타 집단과 전쟁을 벌이거나 성적 매력이 있는 젊은 암컷을 약탈하기도 합니다.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이러한 파괴적인 속성은 다른 집단의 공격으로부터 자체 집단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서 <진화적 산물>이라고 얘기합니다. 인간 자체가 포식자인 동시에 사냥의 대상이므로 할 수 없이 집단생활을 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우리는 남의 집단을 파괴하며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인류의 잔혹한 역사인 제노사이드(종족 살해) 또한 인류의 보기 드문 일탈 행위가 아니라, 예술, 언어와 함께 인간성의 일부라고 생각해도 좋은 보편적인 행위인 것입니다. 

제레드는 우리가 인류의 집단 학살
 성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를 거부해온 탓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자행된 다양한 형태의 집단 학살을 제지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또한 우리의 그러한 무지와 나태함 탓에 핵무기가 점점 개발되어 왔고 이는 
인류가 지금까지 이뤄온 진보를 일시에 전복시킬 수 있는 2대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위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정의해보자면 인류의 역사는 '진화의 산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중백님 말한 '인류의 무의식'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
설계자들 = 진화의 산물 

하지만, 이는 자칫 '인류의 폭력/살인/집단 학살은 적응의 산물이므로 자연스러운 것이다'와 같이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일 위험이 있습니다.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폭력/전쟁은 영원할 것이다'라는 논리는 폭력/전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혹은 그런 것을 막고자 하는 운동은 이상적이거나 소모적이다와 같이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폭력 행위를 일탈이 아닌 인간의 본성으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탐구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공동선을 향하고 있다’, ‘역사는 진보할 것이다’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면 인간의 폭력적인 본성을 제지할 수 있을까 고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잔혹 행위들을 인류의 단순한 일탈 행위로 치부하고,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혹은 없길 바라야지 라고 단념하는 것이 아니라 말입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도 인류의 흥망을 좌우하는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그 해결도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시대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 주 금요일(20일)은 용산참사 8주기입니다. 추모 일정을 첨부합니다. 



  1. "용산 참사, '경찰-용역' 합동작전 없었다고?". 오마이뉴스. 09/02/04 기사 참조http://bit.ly/OdzGD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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