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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난 뒤

[제3의 침팬지] 우리가 고모보다 이모와 가까운 이유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6. 10. 5.

안녕하세요 중년백수 입니다.

책이랑 톡톡 40화에서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제3의 침팬지'를 읽고 이야기 나누어봤습니다.

방송 중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모보다 이모와 친한 이유, 혹은 식당에 가서 낯선 아주머니에게 이모~라고는 부르지만 고모~라고는 부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짧게 이야기 나우어 봤는데요. 여성은 자신의 뱃속에서 아이를 길러 낳기 때문에 백퍼센트 자신의 아이임을 확신할 수 있는 반면, 남성은 99.9% 확신은 가능할지언정 백퍼센트 확신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모는 자신의 조카가 백퍼센트 자신의 혈육임을 확신할 수 있는 반면 고모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언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고 '고모'보다 '이모'가 선호되는 사회적 현상에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 입니다. 그래서 또 어떤 원인이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이를 한편의 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글맛을 위해 반말로 작성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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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식당 간판에 ‘이모네’는 있어도 ‘고모네’는 없는 것일까? 물론 ‘고모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을 따져보았을 때 식당이름에서 '고모'라는 단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또한, 간판에 드러나 있지 않더라도 식당에서 아주머니를 호칭할 때 ‘이모’와 ‘고모’ 중 ‘고모’를 선택하는 사람을 아직까지 나는 본적이 없다.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이모가 고모보다 친근한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고모'보다 '이모'라는 호칭이 훨씬 친근하게 쓰이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집은 안 그런데?'라는 소리는 하지 말자.

 고모보다 이모가 친근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가정행태 상 아이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혈육인 고모보다 어머니의 혈육인 이모가 더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만나는 빈도 자체도 이모가 훨씬 높을 수도 있다. 엄마가 굳이 아이를 데리고 아버지 없이 고모를 만나러 가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아침드라마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은 시누이와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이 또한 고모보다 이모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친정에 다녀온다냥

 

 친척들을 가장 손쉽게 만나게 되는 명절풍습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명절이 되면 친가에 먼저 들르고 외가에 나중에 들르게 된다(근거는 없다. 개인적 경험에 의한 속단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이 경우에 친가에 들르면 결혼한 고모들은 본인들 남편의 친가에 먼저 가기 때문에 만나기가 어렵다. 반면 친가를 들르고 방문하는 외가에는 똑같은 이유로 같은 타이밍에 방문한 이모들을 만날 수 있다. 때문에 고모보다는 이모를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된다.

 집에서 음식을 해주는 주체가 대부분 엄마라는 점은 어떠한가? 유독 식당에서 '이모~'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된다. 집안에서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사람은 대부분 어머니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음식 앞에서 어머니가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식당 아주머니를 '엄마'라고 부르기에는 왠지 쑥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와 가장 가까운 이모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명절 풍경을 떠올려도 그렇다. 고모들은 애초에 자주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고모들이 해주는 음식을 먹어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외가는 다르다. 외할머니와 엄마와 이모들이 주방에서 복닥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가 하면 나이차에서 오는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요즘은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에서의 결혼은 연상의 남성과 연하의 여성 사이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고모보다는 이모가 더 연령대가 낮을 확률이 커진다. 이런 나이차에서 오는 친밀감 또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이모 중에서도 나이 많은 이모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이모와 친한 것도 같다.

 그렇다면 단어에서 오는 어감의 차이는 영향이 있을까? 분명 식당에서 고모~ 하고 부르는 것은 어감 상 어색하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이모가 자연스러운 단어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이모는 고모보다 발음해야 하는 자음이 하나 덜하기 때문에 그만큼 발음하기 용이한 점도 있다. 좀 더 둥글둥글한 맛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차가 많이 적용할 것 같다.

 가장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어머니는 자신이 낳은 자식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100% 확신할 수 있지만(열 달 동안 뱃속에 품고 있으므로), 아버지는 99.9%는 가능할지 몰라도 100%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을 고모와 이모의 입장에서 해석해보면 이렇다. 이모는 조카를 100% 혈육으로 확신할 수 있지만(자매의 뱃속에서 나오는 모습을 확인한다든지 자매의 증언을 바탕으로), 고모는 99.9%는 가능할지언정 100% 확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실제로 이런 일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친자검사 결과 약 30% 정도가 친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고 한다. 물론 의심이 되니까 검사를 받았겠지만 말이다). 물론 자신의 남자형제를 쏙 빼닮은 조카의 얼굴을 보면 100% 확신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사례를 근거로 전체를 부정하지는 말자. 우리는 지금 한두 사람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 천 만 명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이모보다 고모가 친근한 것은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분석이라고 해서 딱히 신빙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나열한 이 모든 것이 정답일수도 오답일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모보다 고모가 친근하다고 해서 딱히 전국에 계시는 모든 고모들의 서운함이 분기탱천하여 전국고모연합회를 발족할 확률도 미미하기 때문에 큰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회학적인 문제는 그 근본에 이 사회의 민낯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분명 탐구해볼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아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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