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는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안녕하세요, 희조입니다.

53번째 방송 잘 들으셨나요? 기욤 뮈소의 매력에 푹 빠져보셨나요?

중백님도 그러셨지만,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후반부에 이런 식의 전개가 이어질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잔잔한 러브스토리인 줄 알았는데 이런 스펙타클한 액션물일 줄은요. 

(이것은 분명 책표지의 영향이 큽니다. 각국에서 출간된 '구해줘'의 표지를 보면 전 세계 여러 독자가 저와 비슷한 함정에 빠졌을 것 같습니다. 아련합니다들. 밀레니엄 감성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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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랑도 이 책의 중요한 주제이긴 하지만, 저는 캐릭터들 각자가 가진 트라우마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특히 주인공 샘 갤러웨이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물로 나오죠. 부인을 삶의 구렁텅이에서 구출하기 위해 저질렀던 범죄에 대한 죄책감과 부인을 결국 지켜내지 못하고 자살로 떠나보낸 데 대한 슬픔으로 괴로워합니다. 

겉으로는 능력 좋고 성실한 데다 얼굴도 잘생긴 훈남 정신과 의사이지만 실제로는 과거에 갇혀 삶에 대한 욕구를 잃어버린 채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샘. 하지만 그는 여러 인물을 만나면서 변해갑니다. 

우연히 줄리에트라는 프랑스 여인을 만납니다. 샘은 줄리에트에게 자신이 유부남이라고 거짓말을 하죠. 아직은 조심스럽습니다. 샘은 새로운 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방어벽을 칩니다. 하지만 운명처럼 줄리에트와 다시 재회하게 되면서 그는 닫혔던 마음을 조금씩 열어나갑니다. 

이후, 형사이자 죽음의 사자인 그레이스를 만납니다.(스포 아닙니다) 그녀는 샘에게 '너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말하며 그를 계속 시험에 빠뜨립니다. '운명에 순응할 것인가' 혹은 '운명을 바꿀 것인가' 사이에서 샘은 계속 허우적댑니다. 그 결과 샘은 변합니다. 아내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샘은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지켜야 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샘은 자신의 과거와 다시 마주합니다. 샘은 그동안 애써 외면해오던 과거를 늦게나마 정면돌파하게 됩니다. 그러자 내가 알고 있던 과거와 내가 몰랐던 과거의 간극이 채워집니다. 샘은 곧바로 누군가에게로 달려갑니다.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처는 안에서 더 큰 상처가 되어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죠. 샘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스스로가 정신과 의사이면서 자신의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죠. 그는 남의 아픔을 돌볼 줄 알았지만 자신의 아픔은 돌아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내면의 상처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우리는 상처를 속으로 묵혀두지 말고 겉으로 솔직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결국 스스로 먼저 나서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나의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구해줘'는 세상을 향한 조난 신호입니다. 누군가가 듣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이렇듯, 샘을 중심으로 보면 이 소설은 또 다르게 읽힙니다. 표지에 샘을 그려놓고 싶어집니다. 과거의 기억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도깨비' 속 '공유'의 이미지와 겹쳐지기도 하네요. 

여러분은 이 소설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혹시 아직 안 읽으셨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이상 희조였습니다. 또 만나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