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조입니다.
방송에는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책의 주제에 대한 제 생각을 짧게나마 공유하려고 합니다.
좋은 꼰대가 되자
몇 년 전, 우리 사회에서 꼰대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자신보다 어리거나 힘이 없는 사람을 대뜸 가르치려고 하거나 훈계하려고 하는 이들을 비꼬는 말입니다. 저도 통쾌하긴 무척 통쾌했습니다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일반 중년 어른(특히 남성)을 모두 꼰대로 몰아 기성세대의 말이면 뭐든지 들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경향입니다.
어른들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사회인 것은 사실입니다. 젊은 세대가 하는 말/행동은 '철없는' '뭘 모르는'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저는 꼰대 바람으로 인해 기성세대가 하는 말을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벽을 더 두껍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하나 있습니다. (주로 남성) 노인인데요, 초반에는 주인공을 힘들게 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새로 이사 온 혹은 고난에 빠져 있는 젊은 주인공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살갑게 말을 거는 주인공의 말을 무시하거나 틱틱거리며 반응하기 일쑤인 노인입니다. 그런데 이 노인들은 스토리 후반부에 주인공이 역경을 헤쳐가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게 됩니다. 남모르게 먹을 걸 던져주고 가거나 생활의 지혜를 알려주고 가 사실은 마음이 따뜻한 노인이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늑대아이(2012)에 나온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주인공을 못마땅해하지만 나중에는 그녀에게 여러 도움을 줍니다.
오지상(おじさん, 아저씨(아재)와 뉘앙스가 비슷한 일본어)을 미화하는 거다, '알고보면 좋은 사람' 내러티브는 지겹다, 등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캐릭터에 호감이 갑니다. 이 캐릭터들과 꼰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제가 츤데레 노인에게 호감을 느꼈던 이유는 바로 그런 노인이 가진 다른 특성, 즉 자기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는 성실한 사람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웃들에게 조금 매정하긴 하지만 자기 일에 있어서만큼은 원칙주의자이자 완벽주의자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사람이면서, 자기만의 원칙과 신념을 오랜 세월 지켜온 사람이라는 점이 그들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듭니다.
물론 훈계하듯이 말하는 투가 아니꼽게 들릴 수는 있습니다.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고려하여 친절하게 말한다면 훨씬 좋을 거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삶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젊은이가 기성세대에게 배울 수 있는 건 여전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른이 실제로 자신의 인생을 충실하게 살았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꼰대는 별 게 아닙니다. 초등학생한테는 중학생 언니, 오빠가 꼰대고, 중학생한테는 고등학생 언니, 오빠가 꼰대입니다. 저도 사촌동생이 둘 있는데, 그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 이상으로 그들에게 올바른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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