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매주 다양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여기는 감질클럽입니다.
방송이 끝난 뒤

[녹색희망] 아쉬움을 달래며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6. 11. 11.

 

안녕하세요, 희조입니다. 

46화에서는 다소 생소하실 수도 있지만, 생태주의와 녹색정치에 대해 다뤘습니다.

2시간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더 잘 설명하지 못한 부분도 많습니다.

블로그에서 그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합니다. 

방송에서 놓친 & 못다 한 이야기, 시작합니다.


1. 독일 녹색당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방송 중 독일 녹색당을 소개했습니다. 

독일 녹색당은 유럽 녹색당 중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받는 사례입니다. 

녹색당이 집권 여당이었던 적이 있다니, 많이 놀라셨을 텐데요. 

독일 녹색당이 70년대 창당 이후 어떻게 지지율을 높일 수 있었는지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독일 녹색당과 관련된 기사를 몇 개 첨부합니다. 


독일 녹색당이 성공한 이유는? 비례대표제! / 프레시안 / 2014.06.25 


와 같은 녹색당의 성공이 가능했던 까닭은 우리와는 다른 두 가지 정치적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비례대표제 선거제’와 ‘분권형 대통령제’이다. 


녹색당은 2013년 총선에서 8.4%를 득표하여 연방하원 전체 631석 가운데 63석을 차지하였다. 하지만 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연방하원에 진입하기 힘들 것이다. 이는 여전히 지역구 당선자가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녹색당의 지역구 당선자는 1명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80년대 이후 독일 녹색당의 성공에는 이러한 비례대표제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바로 정치제도의 차이이다. 만일 독일이 하나의 집권당에 의한 대통령제 국가였다면, 녹색당은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것은 독일의 정치체제가 총선 후 일반적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되는 의원내각제(분권형 대통령제)가 아니었다면, 녹색당은 정권에 참여할 기회가 아예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독일의 정치제도가 소수정당의 성장에 유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독일식 비례대표제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도 분명 비례대표제가 있습니다. 

(방송에서 아예 없는 것처럼 얘기한 것 같아 자책..)

우리나라도 총선 때 지역구 후보에 1표, 정당에 1표 총 2표 행사하므로

분명 비례대표제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비례대표제와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선거제도 ① '독일식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


우리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를 따로 구분하여 별도로 집계한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이들을 서로 연계하여 계산한다. 먼저 선거에 참여한 모든 정당들에 대한 전국득표율(제2투표)을 계산하여 개별정당의 '총 의석수'를 결정한다. 이것을 다시 각 정당별로 권역별(보다 정확한 표현은 16개 주별; 우리의 경우에는 광역단위별) 득표율에 따라 '주(州) 의석수'로 배정한다. 이러한 주 의석수에서 같은 주에서의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만큼 주의 비례대표 당선자 수가 결정된다.  

...

우리는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지역구가 246석, 비례대표가 54석으로, 비례대표의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비례대표의 비중이 50%이다. 독일처럼 비례대표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소수정당들의 의회진입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즉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

우리가 비례대표의 후보들을 중앙에서 결정하여(전국구) 선출하는데 반해, 독일은 이를 권역별(주별)로 후보들의 명단을 작성하여 선출한다. 독일식을 따를 경우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대표성이 확보되고, 정치인들이 중앙으로만 몰려드는 현상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역정치도 활기를 띠게 될 것이고, 이는 지방분권이 강화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의석 배분 과정이 우리나라보다 다소 복잡하긴 하지만, 

이러한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있었기 때문에 

녹색당과 같이 계급적 지지기반이 약한 경우에도 원내 진입이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선거제도만 좋아서 녹색당이 잘 됐냐고요?

방송 중에도 그런 의문을 제기해주셨는데요,

당연히 선거제도만이 요인은 아니었겠죠.

아래는 주독일대사관에서 2011년 분석한 독일 녹색당 지지율 상승 이유입니다. 


독일 녹색당 지지율 상승 이유 / 주독일대사관 / 2011.05.24


녹색당의 지지율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음. 지난 독일 기민·사민 대연정과 현 기민·자민 연정은 독일 국내적으로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했다고 평가 받고 있으나 최근 유로위기, 소득격차 증대, 사회복지의 신자유주의화, 원전문제 등에 대한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불만이 녹색당에 대한 기대로 작용하고 있음.


위 글에선 

사민당의 지지층 이탈 / 자민당의 내분과 지지도 하락 / 기민당의 정체성 논란 / 녹색당의 고유한 강점 

이란 관점에서 독일 녹색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저는 독일의 정치제도가 가장 큰 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이 없어도 '차악'을 찍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안에 선뜻 표를 주고, 또 그 표가 사표가 되지 않을 수 있었던 정치제도가 

독일 녹색당의 가장 큰 성공 요인 아니었을까요? 




2. 유럽 의회란 무엇인가?


'녹색 희망'의 저자 '알랭 리피에츠'는 1980년대 프랑스 녹색당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유럽의회 의원이란 무엇일까요? 


유럽 의회는 28개 회원국 정부 대표들로 구성된 유럽연합 이사회(The Council of EU)와 더불어 

유럽연합의 입법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입니다. 

말 그대로 유럽연합(EU)의 국회입니다.


국회라면, 국회의원이 있어야 하겠죠. 

그래서 유럽의회의 국회의원을 뽑기 위한 유럽 의회 선거가 있습니다. 

5년 마다 시행되는 이 유럽 의회 선거는 각 회원국에서 시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되며

국가별 인구수에 비례해 각 나라에 의석수가 할당됩니다.

2014년 선거에서는 총 751명의 유럽의회 의원들이 선출되었고 

인구가 많은 독일이 96명, 프랑스가 74명, 영국과 이탈리아가 73명, 

인구가 작은 키프로스, 말타, 룩셈부르크에서는 6명씩 선출되었다고 합니다. 


국회 안에 여러 정당이 있듯이, 

유럽의회 안에도 여러 정치그룹이 있으며 이들이 일종의 정당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유럽의회 내에 있는 의회 의원들은 

자신들 본국의 정당과는 전혀 별개의 정치그룹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정치그룹(정당)에는 2016년 기준, 

유럽인민당(EPP), 사회민주진보동맹(S&D), 유럽 보수와 개혁 연합(ECR), 

유럽 녹색당-자유동맹(Greens-EFA) 등이 있습니다. 


좀 이해가 되셨나요?

알랭 리피에츠의 사례에 적용해본다면, 그는 프랑스 내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선되어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총 2기 동안 유럽의회 녹색당 의원직을 수행했습니다.


또한, 녹색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유럽 녹색당-자유동맹(Greens-EFA)는 

현재 전체 751석 중 50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3. 2부 들으실 때 참고하시면 좋은 강연입니다.


김현미(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즐거운 전환, 기본소득''

카메라가 중간중간 흔들리는 게 아쉽습니다만, 꼭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방송에서 소개한 책들 


1,2부 방송에서 소개한 녹색당 관련 책들입니다. 


 (1) 숨통이 트인다 : 녹색 당신의 한 수 

황윤 , 이계삼, 김주온, 구자상, 신지예, 김은희 외 5명 / 포도밭 출판사  


2016년 4월 총선 준비 당시, 녹색당 비례대표 보로 뽑힌 다섯 명이 

녹색당이 펼칠 핵심 정책 의제들을 집약해서 쓴 책입니다. 

영화 감독, 탈핵운동가, 청년활동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후보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2)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하승수 / 한티재 출판사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자 비례민주주의연대 변호사인 

하승수 씨가 쓴 기본소득에 대한 책입니다. 

기본소득의 기본적 아이디어부터 현실적 로드맵까지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5. 못다 한 이야기 


1부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한가/평등할 수 있는가’에 대해 잠깐 얘기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그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는 천부 인권 사상 때문에(덕분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죠. 하지만, 저도 다른 분들이 얘기하신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는 현실적으로 불평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루소도 이를 지적했었습니다. 그는 자연적 요인과 사회 제도에서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이 비롯된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인간에게 두 종류의 불평등이 있음을 본다. 하나는 자연적인 또는 신체적인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것은 자연에 의해 만들어져 나이, 건강, 체력, 심리적 또는 정신적 자질의 차이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도덕적 또는 정치적 불평등이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일종의 관습에 의존하며 인간의 동의에 의하여 확립되거나 또는 적어도 인정되는 것이다. 후자는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 일부 사람들이 누리는 여러 특권들에 놓여 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부, 명예, 권력을 가지거나 혹은 심지어 남들을 그들 자신에게 복속시키는 것 등이 그 예이다.(Rousseau, 『불평등기원론』, 서론)

[네이버 지식백과] 당위로서 평등 사회 (철학의 주요개념, 2004.,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저는 ‘사람은 평등하다’라고 말할 때 ‘평등’이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자연적 특성이 서로 다르더라도 우리가 서로 평등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내가 인종․  성별․ 경제적 능력 등이 다르더라도, 삶을 살아가는 데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게 ‘평등’한 사회인 것이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는 것 또한 (나이를 먹을수록) 절감합니다. 루소가 말했듯이, 관습 및 사회 제도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일부 사람들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인종․  성별․ 경제적 능력 등이 다른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인생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을 증명하는 사례들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의혹만 봐도 같은 하늘 아래 내가 넘보지 못할 세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오오오오력한다면 정치 사회적 제도가 과연 완전해질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중백님이 그러셨듯, 인간은 본래 평등을 지향하는 존재가 아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평등’은 환상에 불과하니 우리는 그 환상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반영한 새로운 사회 시스템(그중에서 최선의 것)을 도입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등’을 인간의 최고 가치로 납득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평등’은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근대 사상이 태동하고 난 뒤에 생긴 개념입니다. 옛날에는 봉건 영주 밑에서 노예로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 근대인들은 노예의 삶이 주체적인 삶이 아니라는 생각을 처음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깨달음이 시초가 되어 근대인들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기 행위의 주체가 되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실현 방식으로 ’시민 사회‘를 탄생시켰습니다.


물론, ‘시민 사회’가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 방식이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나의 주체성에 대해 사고하기를 시작한 이상,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자신이 노예인 것을 깨달은 이상, 사람은 노예가 아닌 삶을 상상하게 된다고 믿습니다. 물론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면 쉽게 단념하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자유'와 '평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이상, '주체적인 인간을 향한 갈망', '평등한 사회를 위한 갈망'은 쉽게 없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평등 사회'의 당위를 앞으로도 설득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 들으러 가기 

[1부 들으러 가기]

[2부 들으러 가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