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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야기

맹자와 프란체스코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6. 2. 17.

중국의 전국시대는 야만의 시대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이 벌어졌다. 누군가는 통일을 원했고, 누군가는 자국의 이익을 원했으며, 누군가는 그저 전쟁을 하길 원했다. 저마다 목적은 달랐을지언정 양상은 비슷했다. 언제나 희생당하는 건 백성들이었다는 점에서. 전쟁 비용을 대는 것도, 전쟁에 나가 죽는 것도 백성들의 몫이었다. 거리에는 굶어죽은 이들의 시체가, 마을 밖에는 창칼에 죽은 이들의 시체가 넘쳐났다. 수많은 사상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부국강병을 외쳤지만, 거기에 백성의 삶은 없었다. 반면에 권력자들의 곳간은 곡식으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흉년이 들던 패전하던 그 무슨 일이 일어나던 간에, 그들의 풍족한 삶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이런 시대에 홀로 백성을 외쳤던 사상가가 있었다. 그는 백성이야 말로 가장 존귀한 존재라고 주장했다. 거리에 굶어죽어 가는 자가 있는데 곳간에 고기가 있다면, 그건 가축에게 굶어죽은 이들의 살을 먹인 격이라 하였다(솔수식인 率獸食人). 억지로 군대를 키우는 것이 아닌 덕으로 백성을 대하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는 부강해질 것이라 주장하였다.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국왕들에게, 이익이 아닌 사람 그 자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여러 나라들을 떠돌면서 자신의 주장을 설파하였다. 끝내 뜻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그의 정신(왕도정치 王道政治)은 살아남아 후대의 이들에게 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의 이름은 맹자, 공자와 더불어 유교의 양대 성인 중 한 사람이다.

 

 

 

 

<맹자 (출처:위키피디아>


그런데 수천 년이 지난 현대, 맹자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 그는 세계 각국의 힘 있는 나라들을 방문하고 있다. 각 국가의 수장들에게 함부로 전쟁을 일으키지 말 것을 당부한다. 또한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정부와 기업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설령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일이라도, 그것이 사람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행한다. 모두가 그의 말에 따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민족, 종교, 이념 등을 초월하여 전 세계의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그의 이름은 베르골리오. 가톨릭의 266대 교황인 프란체스코 1세이다. 맹자와 프란체스코. 시대, 인종, 종교 등 모든 것이 다른 두 사람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공통점이 나타나는 걸까?

 

 

 

<교황 프란체스코 1세 (출처:위키피디아)>



 

인본주의. 그들의 행보의 근원에는 인본주의가 있다. 나라와 민족이나 기타 집단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는다. 인간 그 자체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유연하게 대처한다. 맹자는 가요를 천시하는 유가의 인물이었지만, 백성들과 함께 즐기기만 한다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코 1세는 낙태를 인정하지 않는 가톨릭의 수장이지만, 낙태의 경험으로 고통 받는 산모들을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칙이니 제도니 하는 것들은 결국 수단에 불과하다. 수단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면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본질에는 언제나 인간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맹자와 프란체스코, 이 두 사람의 행보는 어떠한 그럴듯한 말보다도 이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 두 사람이 사랑과 존경을 받는 요인이라 할 것이다. -by 고시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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