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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방송추천] 그것은 알기싫다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6. 2. 17.

http://www.podbbang.com/ch/7585?e=21883979



그것은 알기 싫다(이하 그알싫)’3년 전 딴지 라디오의 채널 중 하나로 시작된 시사 팟캐스트 방송이다. 유명 랩퍼인 UMC/UW (본명 유승균)가 메인 MC이자 제작자로, 딴지에서 독립한 후에는 XSFM이라는 이름의 법인으로써 운영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용이나 물뚝심송 등의 고정 출연진이 있었으나, 올해부터 모두 퇴사하고 곧 새 멤버들이 합류할 예정이라 한다. 그알싫의 매력은 그 깊이에 있다. 많은 뉴스나 방송들이 사건을 다룸에 있어 지나치게 현재의 시각으로만 사건을 바라보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그 사건의 바탕이 되는 역사적·문화적 배경 등을 모두 무시하고, 당장의 현상에만 초점을 맞춘다. 배경에 대한 고찰이 없으니 자연스레 시야가 좁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편견만 조장하는 보도가 되기 십상이다.

일례로 이슬람 사회의 배타성을 들 수 있다. 20세기 들어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의 분열 정책에 의해, 이슬람교도들의 사회는 큰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이간질에 속아 넘어간 집단들이 서로 싸우는 사이, 제국주의 국가들은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이런 일들을 겪은 이상, 다른 국가·문화·민족들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자연스런 결과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생략되고, 그들의 배타적인 태도만 묘사한 보도를 본 사람들은 당연히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게 될 터이다.

그알싫은 항상 사건의 배경을 설명해주는데 힘을 기울여왔다. IS의 테러나 그리스 사태와 같은 경우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까지 했다. 패션업계의 열정페이 논란 같은 비교적 최근의 이슈도 예외는 아니다. 그알싫이 완벽하지만은 않다. 가끔은 근거가 부족하다 싶은 주장도 나오곤 한다. 과거 나꼼수부터 지적되어 왔던, 아님 말고 식의 의견 표명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그럼에도 그알싫이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건, 꼼꼼한 배경 설명으로 청취자들 자신이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준 다는 점이다. 그알싫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무지에서 오는 편견에 사로잡히는 일은 예방할 수 있다. 이 점이 내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좋아하는 패널 들이 나갔음에도 꾸준히 방송을 듣고 있는 이유이다.

 

 

 

<그알싫의 진행자 UMC. 방송도 방송이지만 본업인 노래 또한 훌륭하다. 사랑은 재방송, 자영이,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 놨더니 등등.

가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통찰력과 감성에 감탄하게 만드는 곡들이다.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바란다.>

 

 

 

다음은 그알싫의 방송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 에피소드 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뽑은 것들이다. 그러니 이것이 그알싫 방송 중 가장 뛰어난 에피소드 들이라고 생각하진 마셨음 한다.

(1) 106b. ハイサイおじさん

: 오키나와의 역사를 다룬 방송이다. 다음 방송에서 오키나와 영내의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다루었는데, 그에 대한 배경 설명에 해당되는 에피소드 라고 보면 된다. 원래 독립 국가였던 오키나와가 일본에 점령된 이래, 얼마나 참혹한 경험을 겪어왔는지를 보여준 방송이었다. 화룡점정은 이번 화의 제목인 노래 ハイサイおじさん의 배경과, 그것을 듣고 난 후의 UMC의 코멘트이다. 처음엔 좀 지루하더라도 반드시 끝까지 들어보셨음 한다.

 

(2) 112b.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맞서는 방법

:작년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샤를리 엡도 테러사건을 다룬 방송이다. 샤를리 엡도라는 이름의 의미, 성립과정, 직원들의 발언 등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우리로써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과격한 표현에, 많은 사람들이 샤를리를 단순한 어그로꾼 정도로 취급했었다. 하지만 이 방송을 듣고 나면 조금은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들의 과격한 표현에 동의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특히 맘에 드는 부분은 앞서 말한 ハイサイおじさん 노래가 연상된다는 UMC의 발언과, 이 사건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들려줘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프랑스인들에 대한 묘사 이 두 가지이다.

 

(3) 092. 얼음과 불의 잉해: 라니스터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인 얼음과 불의 노래에 등장하는 주역 중 하나인, 라니스터 가문의 인물들에 대해 묘사한 방송이다. 중세시대를 연상시키는 세계관이어서인지, 다양한 대 가문들이 등장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 중에서도 라니스터 가의 인물들은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편이다. 강한 세력을 가졌다는 점도 있지만, 하나하나가 매우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그런 듯하다. 설명 자체도 재밌지만, 중간 중간 UMC가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담긴 발언들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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