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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의 시시각각] 01. 멋진신세계와 헬조선

by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6. 2. 17.

 

[코이의 시시각각] 01. 멋진신세계와 헬조선

반갑소. 저는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과학자요. 한국의 독자가 보내온 편지를 보고 이 글을 쓰게 됐소. 멋진 신세계가 어디냐고? 처음 들어 보는 독자들을 위해 소개하겠소. 멋진 신세계는 포드 기원 632년 전인 사회요. 포드 자동차 회사가 일괄 작업을 통해 T형 자동차를 생산해낸 해를 기원 1년으로 정해졌지. 그렇소.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지 벌써 600년이 지난게요. 오, 포드여!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류는 이제 더 이상 굶주림도 실업도, 출산의 고통이 없어졌소. 모든 태아는 실험용 병에서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다오. 이 때 태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학적으로 모두 역할이 결정돼 있지. 자신의 역량에 따라 최하위 엡실론 계급부터 알파 계급까지 5개의 계급으로 나눈다오. 각 계급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에 불만을 가질 일도 없지. 과학의 축복이오. 각 계급의 신생아들은 유전자도 같지. 외모도 같소. 하는 일도 같지. 이 때문에 같은 계급끼리 빈부격차가 일어날 일도 외모차별을 받을 일도 없소. 사람들이 불행할 일이 없는 셈이오. 모든 불행은 ‘차이’를 느끼는 순간부터 오는 법이거든. 제가 사는 세계는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인 게요.

 

그런데 한국의 독자들이 보낸 편지를 읽어보니 한국 사회가 겉으로는 능력에 따라 모든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우리네와 비슷하단 것 아니겠소. 한국에서는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군. 그런데 이 독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겠소. 그 계급은 흙수저, 동수저, 은수저, 금수저로 나뉜다지. 한국 사회에서 흙수저들은 혼자 공부를 하는데 금수저들은 과외나 학원의 도움을 받고 승승장구한다고. 이미 부가 대물림되고 있다지. 그런데도 사회는 흙수저들이 가난한 이유를 불운하다고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부족한 실패자라고 설명해 내게 편지를 쓴 독자가 분개하는 게 아니겠소. 이제 흙수저들에게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노력이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수치까지 더해졌다고 내게 말했소. 저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소. 능력주의 사회에서 더 많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금수저가 되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소. 흙수저는 그만큼 노력이 부족했던 게요.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보상을 다르게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냔 말이오. 

 

저는 걱정됩니다. 한국의 청년들이 ‘차이’를 ‘차별’로 받아들여 불행에 빠진 것 같아서요. 앞으로 이런 청년들의 불행이 더 커지는 ‘슬픈 신세계’가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소. 그래서 멋진 신세계에서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도록 노력하는 방법 하나를 소개할까 하오. 바로 교육이오. 신파블로프의 조절실에서 이루어지지. 아이들이 책과 꽃을 볼 때마다 요란한 사이렌을 반복해서 듣게 만들고 있소. 그러면 이 아이들은 평생 책과 꽃을 싫어하지. 이런 식으로 태아들에게 사회적 역할을 학습시킨다오. 장래에 광부로 결정된 태아들은 열기에 익숙해지게 만드는거요. 그들은 나중에 그들의 일을 사랑하지. 사회에 대한 불만은 이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오. 멋진 신세계인들은 이를 사회화라 부르는 게 아니겠소. 그런데 한국 사회 기성세대들도 그런 말을 한다지? 흙수저를 벗어나려는 청년들에게 그들의 노력이 부족한 결과라고 말이오. 혹은 실업률이 높은 현상을 일자리는 여전히 많은데 청년들이 너무 대기업에만 목을 매다보니 눈을 낮추라고 말한다지. 기억하시오. 언제나 사회화는 반복해서 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 무단 복사 및 펌을 금지합니다. Only Copyright ⓒ 코이 all rights reserved. 

 

sally_special-1 올더스 헉슬리가 그린 소설 <멋진 신세계>를 읽고 쓴 코이의 첫 칼럼입니다. 본 소설을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팟케스트 '팟빵'에서 저희가 방송한 '책이랑 톡톡 Season 2' 여섯번째 방송을 청취해주세요. 책에 관련한 내용과 이 책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시다면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0822

 

제목: 멋진 신세계

저자: 올더스 헉슬리

 

발제: 코이

토론: 라면, 시인, 아이란, 희제

편집: 희제

 

토론 1. 공동체의 행복과 안정을 위해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을까?


* 궁금하신 내용과 책과 관련하여 토론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시면 블로그나 팟케스트 팟빵 '책이랑 톡톡 Season 2' http://www.podbbang.com/ch/10822 이곳으로 댓글을 남겨주세요. 다음 방송에서 다루거나 답글 남겨드리겠습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EB%AF%B8%EC%86%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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